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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출튀' 걱정 없는 국회…지각 99명·출튀 11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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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수민 인턴, 조준영 기자] [the300]'출석률'이 성실성 보장 못해...'투표율'과 상반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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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나 직장 따위에 일정한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출석하거나 출근함'


국립국어원이 정의한 '개근'의 뜻이다. 국회의원의 본회의 출석률은 성실성을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다. 그동안 출석률에 따라 '결석왕' 또는 '개근왕' 타이틀을 달아온 이유다. 하지만 정말 국회의 출석률이 의원들의 성실성을 보여주는 적절한 수치일까.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출석과 달리 국회의 기준은 어딘가 이상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국회 의사과에 문의한 결과 국회의원의 출석기준은 '본회의 시작 후 끝날 때까지 회의장에 한 번이라도 왔다 간 것'. 언제든 회의장에 얼굴만 비추면 출석이 인정된다. 지각은 물론이고 '출튀'('출석한 후 튀다'의 줄임말)를 해도 출석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학창시절 출튀를 감행해도 언제 다시 선생님이 출석을 부를까 전전긍긍하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

때문에 국회 회의록엔 '출석' 외에도 '개의 시 재석'과 '산회 시 재석' 여부를 따로 표기한다. 이를 비교해보면 국회의원이 지각을 했는지 또는 얼마나 회의장에 오래 남아있었는지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회의 시작 시 인원과 끝날 때 인원, 그리고 출석 인원수의 차이는 크다. 가장 최근 열린 본회의(제362회 본회의, 7월 26일)의 경우 출석 의원은 280명이었지만 개의 시 재석 의원은 181명, 산회 시 재석 의원은 164명에 불과했다. 지각생 99명에 출튀생은 116명인 셈이다.

다른 문제도 있다. 국회에서 이뤄지는 투표는 기본적으로 국회법 제112조 1항에 따라 전자투표로 실시한다. 각 의원들 자리에 있는 모니터에 '투표 시작(또는 재석)' 버튼을 누른 후 '찬성, 반대, 기권' 중 하나를 선택하는 순서다.

문제는 의원이 자리에 앉아 있어도 '투표 시작'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기권'조차 누르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회의장에 있다고 해도 '투표 시작'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면 회의장에 없는 것과 똑같이 집계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모니터에 투표가 뜨는 시간이 굉장히 짧아서 잠깐만 딴 생각을 하면 투표가 끝나버릴 수 있다"며 "행사에 갔다 오면 20번부터 시작할 수도 있고, 깜빡 졸 수도 있고, 화장실 갔다 왔는데 법안 몇 개가 지나갔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석률이 꼭 의정활동의 성실성을 대변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으로 의원의 성실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더300은 출석률 대신 의원들의 '투표율'을 산출해봤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참고해 20대 국회 본회의에 올라온 안건 1657건 중 투표에 참여한 안건을 비율로 집계했다. 본회의장에 얼굴을 나타냈느냐가 아닌 법안에 얼마나 의사표시를 했느냐가 방점이다.

대상은 당의 얼굴인 여야 교섭단체의 지도부로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까지다. 민주당 3명(추미애·홍영표·김태년), 한국당 2명(김성태·함진규), 바른미래당(김동철·김관영·채이배) 3명으로 총 8명이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집계에서 제외했다.

참여연대가 운영하는 누리집 '열려라 국회'에 기록된 내용에 따르면 당 지도부 8명 모두 출석률은 85% 이상으로 높았다. 해당 통계는 국회회의록시스템에서 가져온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므로 앞서 설명한 국회 출석률 근거와 동일하다.

높은 출석률과 달리 더300[the300]이 조사한 투표율 집계에선 상이한 결과가 나타났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48%, 홍영표 원내대표는 79%,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40%에 그쳤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47%, 함진규 정책위의장의 투표율은 90%로 원내지도부 8명 중 가장 높았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과 김관영 원내대표의 투표율은 67.7%로 동일했고 채이배 정책위의장은 80%를 기록했다.

차기 민주당 대표 선거에 나선 김진표·송영길·이해찬(가나다 순) 당대표 후보들의 투표율도 추가로 살펴봤다. 김진표 후보는 54.1%, 송영길 후보는 64.6%, 이해찬 후보는 27.7%의 투표율을 보였다. 출석률은 송 후보가 77.4%로 가장 낮았지만 투표율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78.5%의 높은 출석률을 기록한 이 후보의 투표율은 27.7%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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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인턴,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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