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 중 유언공증을 너무 신뢰하는 분이 많다. 유언공증을 했기 때문에 자녀 간 상속 분쟁은 생기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부모도 많고 유언공증이 있기 때문에 부모가 돌아가신 후 상속재산이 자신에게 잘 상속될 것을 확신하는 자녀도 많다. 이론상으로는 맞을 수 판단이다. 그리고 상속 문제를 상담해주는 변호사조차도 '이론과 현실'의 차이를 잘 몰라서 자산가나 그 자녀에게 잘못된 상담을 해주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우리 민법상 유언은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 유언공증과 다른 내용의 유언이 나중에 있으면 기존 유언공증은 법적으로 무효가 되고 새로이 한 유언이 유효하게 된다. 자녀 중 부모가 다른 유언공증을 하려면 자신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유언공증을 받아 둔 사람들이 있다. 자유로운 유언 철회를 방지하기 위해 궁리 끝에 찾은 방법이지만, 대법원은 2015년 유언 철회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유언공증이 무효라고 선고하였다.
문제는 금융기관에 유언공증이 유효한지를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에 유언공증서를 제시하고 예금이나 주식을 인출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 금융기관은 유언공증이 없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속인 전원의 동의를 받아오라는 하는 것이 금융기관 실무다. 이론상 유언공증이 있으면 유언내용에 따라 금융기관이 금융자산을 인출해줘야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유언공증이 이론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금융기관이 제출받은 유언공증이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유언인지 혹은 유언공증에 하자가 없는지를 확인할 길이 없다. 특히 유언공증 금액이 많을수록 금융기관은 상속인 전원의 동의서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상속인 전원 동의서를 받다가 상속분쟁이 발생할 것은 뻔한 얘기다.
유언공증의 대안으로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신탁계약 체결 후 상속재산을 신탁회사에 맡기는 일종의 ‘계약’이기 때문에 부모 사후 자녀가 신탁재산 인출을 요청하면 신탁회사는 신탁계약의 내용을 확인한 후 바로 신탁재산을 인출해준다.
복잡한 법적 분석이 필요한 ‘유언공증’이 아닌 ‘계약’에 따라 신탁회사가 직접 신탁재산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인출해 줄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유언공증은 상속재산 배분기능만 있지만 유언대용신탁은 생전에 종합적인 자산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재산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자녀를 임의후견인으로 선임해 놓으면 본인이 치매에 걸려 사무처리능력이 없어진 경우에도 수탁자와 임의후견인이 신탁재산을 오롯이 본인을 위해 관리하다가 상속이 개시되면 신탁재산을 자녀에게 미리 정해진 비율로 배분할 수 있다. 임의후견인의 권한 범위를 적절하게 제한하면서 신탁회사에 재산관리권한을 보강한다면 더욱 안정적인 상속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유언공증에 대한 맹신은 금물이다. 믿고 있던 유언공증이 어느 순간 종잇조각이 되어 버릴 수 있다. 유언공증을 이미 해 놓은 자산가는 물론 유언공증을 하려는 자산가도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자산승계를 위해 유언대용신탁 체결을 검토해보는 것이 좋다.
오영표 신영증권 신탁사업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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