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가 최근 폭염 속에서 인형탈을 쓰고 공연하다 쓰러진 아르바이트 직원을 방치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더팩트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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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인형탈 쓰고 공연하던 캐스트 탈진하자 '입단속' 광범위한 노동관계법 위반 의혹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롯데월드가 폭염에도 직원들의 안전을 도외시하는 운영을 해 맹비난을 받고 있다.
롯데월드는 최근 폭염 속에서 인형탈을 쓰고 일하던 공연 아르바이트 직원이 열사병으로 쓰러지자 직원을 곧바로 병원으로 옮기지 않고 직원 입단속을 시키며 1시간 가량 방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롯데월드는 롯데그룹 계열사 호텔롯데가 운영하는 실내 테마파크다.
또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자 롯데월드 측 관리자가 쓰러진 직원에게 '허위사실을 발설하면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압박하는 등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여 도마 위에 올랐다. 롯데월드는 당시 응급상황 대처에 대한 사과나 재발방지 대책은 밝히지 않았다.
지난 13일 정의당 비상구(비정규직 상담 창구)에 따르면 롯데월드 어드벤처 엔터테인먼트팀 소속 공연 아르바이트 직원(캐스트) A씨가 폭염이 이어지던 지난달 24‧25일 두 차례나 열사병으로 쓰러졌다. A씨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응급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롯데월드 측은 병원 이송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롯데월드 측은 쓰러진 A씨를 대기실 바닥에 방치하다가 소화제, 연고 등의 상비약만 갖춘 수준의 의무실로 옮겨 1시간을 방치했다. A씨 상태가 더 악화되자 그때서야 병원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25일은 낮 최고 기온이 34~37도에 이른 폭염이 지속되던 때였다.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실내 테마파크로 야외보다는 실내 온도가 낮지만, 유리 천장 아래서 인형탈과 털옷을 입고 격렬한 안무를 해야 하는 캐릭터 퍼레이드 공연 아르바이트 직원들은 생명에 위협을 느끼며 일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25일 폭염 속 공연을 하다 탈진해 쓰러진 아르바이트 직원 A씨를 동료 직원들이 보살피는 모습. /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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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직원 B씨는 <더팩트>와 전화 통화에서 "인형탈이 얼굴에 밀착되게 제작돼 쓰는 순간 숨이 탁 막힌다. 거기다 털옷과 털장갑 등으로 온몸을 감싸고 춤을 춰야하기 때문에 잠깐만 공연해도 정신이 혼미해진다"고 말했다.
직원 C씨는 롯데월드 측의 대처를 지적했다. C씨는 "A가 처음 쓰러졌을 때 롯데월드 측 관리자가 스케줄 조정 등 별도 조치를 해주지 않았다"며 "늘 인력이 부족한 데다 각 캐릭터 안무가 달라서 한 명이라도 빠지면 공연 자체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을 아는 A가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음날 공연을 강행하다가 두 번이나 쓰러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롯데월드 측이 쓰러진 A씨를 탓하며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관리자들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언론 등 외부에 허위사실을 발설할 경우 법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압박했다는 것이다. 직원 C씨는 "관리자들이 A의 체력을 문제 삼으며, '사직서를 받아야 겠다'고 한 이야기를 듣고 너무 황당했다. 두 번이나 쓰러진 사람을 의식을 잃을 때까지 방치해놓고 문제 생기니 해고하겠다는 건 적반하장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뿐만 아니라 롯데월드는 공연 아르바이트 직원들에 대해 임금 꺾기와 쪼개기 계약 등을 통한 '갑질'을 일삼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휴게시간과 연차휴가·생리휴가 등도 보장하지 않고 감정노동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나 롯데월드 측의 노동인권 의식과 광범위한 노동관계법 위반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월드 공연 아르바이트 직원들은 "실제 출퇴근 시간과 자필 출퇴근 기록이 다르다"며 "임금꺾기로 인한 임금체불, 휴게시간과 휴가 미보장, 쪼개기 계약이 이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팩트> 취재 결과 직원들의 출퇴근과 근무 시간은 '오락가락' 고무줄이었다. 다음날 출근 스케줄이 전날 저녁 8~9시쯤 메신저로 공지되기 때문에 직원들은 자신의 공연 일정을 미리 알 수 없다. 직원 B씨는 "스케줄 변동이 커서 자기 개발이나 여가생활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롯데월드가 공연 아르바이트 직원들에게 그동안 임금체불, 쪼개기 계약 등의 '갑질'을 일삼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당한 내용의 '갑질' 서약서로 감정노동을 강요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정의당 비상구 제공 |
또한 적정인력이 아닌 적은 인력이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어 높은 업무 강도에도 불구하고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공연시간‧연습시간‧휴게시간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없어 점심식사를 할 시간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하루에 2개 공연을 소화하는 직원의 경우 공연 시작 15~20분 전에 의상을 갖춰 입고 준비를 해야 한다. 여성의 경우 메이크업 시간이 더 오래 걸리므로 더 일찍 준비를 해야 한다. 이들은 30분 간 공연을 하고 난 뒤 10분 간 뒷정리를 하고 다음 공연을 준비해야한다.
직원 C씨는 "급하게 식사를 하면 오히려 공연하기가 더 힘들어서 점심을 거르는 직원들이 많다. 또 휴게시간을 쪼개서 공연 연습을 하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쉴 수도 없다. 공연시간‧연습시간‧휴게시간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보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롯데월드에서는 임금꺾기와 임금체불도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통상 공연 시작 15분 정도 전에 먼저 출근해 공연 준비를 해야 하고 공연 일정 종료 이후에는 뒷정리 등을 해야 하기 때문에 원래 일하기로 했던 시간보다 15분~20분 정도 연장근무를 하고 있다. 본래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꼭 필요한 업무준비나 정리를 위한 시간이면 노동시간에 포함된다. 따라서 누락된 근무 시간만큼 체불임금이 발생했다.
출퇴근 기록방식이 변경되면서 임금 꺾기도 심화하고 있다. 직원들에 따르면 기존 지문인식에서 6개월 전부터 스케줄표 시간을 확인하고 자필로 작성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롯데월드는 지문인식 방식으로 출퇴근을 기록했을 때에는 1분을 늦을 경우 5분으로 표기하는 방식으로 임금도 꺾었다. 지문인식이 잘 되지 않는 경우 출근 시간을 핸드폰 사진으로 찍어 단체채팅방에 올려야 했다. 롯데월드 출퇴근 시스템의 문제였지만, 직원들이 출퇴근 시간을 증명하는 사진을 올리지 않으면 월급에서도 해당 시간분을 누락해 지급했고 이에 대한 사유서까지 작성해야 했다는 것이다.
<더팩트> 취재 결과 직원들의 출퇴근과 근무 시간은 '오락가락' 고무줄이었다. 다음날 출근 스케줄이 전날 저녁 8~9시쯤 메신저로 공지되기 때문에 직원들은 자신의 공연 일정을 미리 알 수 없다. /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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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기 계약'도 일삼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 계약 기간을 3~4개월씩 쪼개가며 갱신을 남용한 것이다. 이렇게 근로계약기간에 대한 갱신을 계속하다가 24개월이 되기 전인 23개월에 이르면 갱신을 하지 않았다. 기간제법 상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용노동부의 '기간제근로자 고용안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근로 계약 기간은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불합리한 단기계약 설정에 따른 근로계약 해지와 체결, 반복을 금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불합리한 내용의 '캐스트 근로계약서', '서약서', '윤리경영 실천서약서' 등을 통해 감정노동을 강요하며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롯데월드가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받는 '서약서'에는 '롯데월드 룩(LOOK) 준수사항'으로 '검은색 머리가 원칙이며, 앞머리는 눈을 가리지 않도록 하고 반드시 귀가 나오게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이를 어기면 해고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윤리경영 실천서약서'에 포함된 '항상 손님의 의견이 옳다는 사고로 손님을 존중하겠다'는 규정은 지나친 감정노동을 강요한다는 지적이다. 쇼운영팀 여성 아르바이트 직원들은 욕설 등 폭언을 듣거나 특정 신체 부위가 동영상 촬영되는 성희롱을 당하더라도 고객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성희롱 피해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업주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정의당 비상구 관계자는 "롯데월드의 '캐스트 근로계약서', '서약서', '윤리경영 실천서약서' 등을 검토한 결과 지난해 롯데시네마,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이어 유사한 방식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며 "롯데그룹 알바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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