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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날짜 돼있다” “협의해야”…9·9절 앞뒤 ‘밀당’하다 택일 미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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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서 ‘9월 중 개최’로 한 단계 구체화한 것 의미

남북 빽빽한 국정 일정·북 경협 이행 압박카드 분석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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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13일 판문점에서 열린 고위급회담에서 ‘9월 평양 정상회담’에 합의했다. 4·27 판문점선언에 명시한 ‘가을 정상회담 개최’보다는 한 단계 구체화된 것이기는 하지만 날짜를 특정하지는 못했다. 남북이 이날 회담에서 장소와 일정을 확정할 것이라는 당초 관측을 벗어난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날 브리핑에서 “(고위급회담에서) 남북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 그리고 방북단의 규모 등이 합의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근거 없이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던 터다. 당초 정부는 8월 말이나 9월 초를 희망했다.

남북의 발언도 엇갈린 듯한 뉘앙스를 줬다. 북한 대표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날짜도 다 돼 있다”고 했지만, 남측 대표단장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협의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9월10일 이후’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남북이 회담 일정을 적시하지 못한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 남북 빽빽한 일정이 원인

이번 회담이 충분한 사전협의를 거쳐 이뤄진 것임을 감안하면,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것은 다소 의외의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날짜를 정하지 못한 것은 근본적인 이견 때문이라기보다, 양측 정상 간의 일정과 국내외 상황 등을 감안한 기술적 이유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회담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초청하는 북측 입장이 상당히 중요하고 그런 북측 일정 상황들을 감안해 구체적인 날짜는 여러 가지 상황을 보면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 9월은 남북 모두 매우 빡빡한 국내외 일정을 갖고 있다.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인 9·9절을 비롯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 9월 하순 유엔총회 등이 이어지고 9월 말에는 추석이 끼어 있다. 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양측이 염두에 두고 있는 날짜가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복잡한 국내외 일정 때문에 이를 일치시키는 것이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남북이 정상회담 가능 날짜를 복수로 정해놓고 준비에 착수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간이 매우 촉박한 편이어서 날짜를 잠정적으로 정해놓지 않으면 준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9월10일 이후’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면 9월 초는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9월 초라고 하면 9월10일까지”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인 9·9절 전에 방북하면 의도하지 않은 여러 해석이 유발될 우려가 있고 북한 역시 9·9절 준비에 힘 쏟는 와중에 정상회담 준비까지 함께할 여력이 없을 것이란 말로 풀이된다. 9월 하순 유엔총회 일정을 고려하면 김 대변인이 말한 9월10일이 지난 직후인 9월 중순이 가장 가능성이 큰 시기로 해석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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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협 압박카드인가

북측이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등 경협사업의 이행을 정상회담 개최와 연동시킨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측이 ‘가을 평양정상회담’의 날짜를 주지 않은 것은 남측에 판문점선언 이행을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리 위원장은 이날 종결회의에서 “북남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탄생할 수 있고, 일정에 오른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면서 “쌍방 당국이 제 할 바를 옳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 북측은 이날 회담에서 철도·도로 등 문제에서 속도를 내는 게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북측은 남측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등을 의식해 남북경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불만을 표시해온 터다. 대남 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전날 판문점선언 이행을 두고 “관계 개선의 거세찬 실천적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 조성에 그치고 있다”며 “(그 원인은) 미국의 대조선 제재 책동과 그에 편승한 남측의 부당한 처사에 있다”고 주장했다.

조 장관은 리 위원장 발언을 두고, “새롭게 제기했다기보다 남북관계에 관한 북측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라며 “판문점선언 이행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서로 잘 해나가야 한다는 일반적인 지적”이라고 설명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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