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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200만원 이상 판촉비 직접 결재하면서 ‘15년간 계열사 누락’ 몰랐다는 조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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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한진그룹 친족 소유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도 조사

“숨길 이유도, 고의성도 전혀 없는 행정 착오에 불과하다. 실무 담당자가 관련 법령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일부 내용이 누락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자료를 제출한 것에 불과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3일 총수일가가 소유한 회사를 누락시켜 신고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키로 하자 한진 측은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해명했다.

한진의 이 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이 15년 동안 처남이 사실상 소유한 회사를 빠뜨려 신고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느냐는 점은 의문점으로 남는다. 공정위 조사 내용을 보면, 조 회장은 자신이 대표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회사에도 200만원 이상의 판촉비를 지출할 경우 본인의 결재를 반드시 받도록 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했기 때문이다.

실제 한진그룹은 200만원 이상의 판촉비를 지출하는 경우 조 회장의 결재를 반드시 받도록 하는 내용의 ‘그룹 위임전결 규정’을 운용했다. 대부분의 다른 재벌 총수들이 보고는 받으나 결재는 하지 않는 관행에 비춰보면 조 회장이 그룹 세부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하게 개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조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진에어 내부문서를 결재해온 사실을 파악, 공식적 권한이 없는 사람이 결재를 한 것은 그룹 지배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공정위에 통보한 바 있다.

공정위 신고 대상에서 누락된 태일통상과 한진그룹이 거래를 시작한 이유도 고(故) 조중훈 전 회장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조중훈 전 회장은 개인사업 중이던 이상진 태일통상 회장을 만나 대한항공 납품업체 설립을 제안했다. 이 회장은 조양호 회장의 아내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동생이다. 기내식 담요와 슬리퍼 등을 대한항공에 납품한 태일통상은 이상진 회장 부부와 또 다른 처남인 이상영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에 기내식 식재료를 납품해온 태일캐터링은 이상진 회장 부부가 지분 99.55%를 갖고 있다. 태일캐터링을 통해 대한항공에 납품하는 식재료 처리를 담당하는 청원냉장은 이 회장의 부인과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 비행편을 통해 물류를 운송하는 세계혼재항공화물은 이 회장 부부가 지분 60%를 보유 중이다. 이들 계열사는 적게는 10년에서 길게는 15년 동안 계열사에서 누락됐다.

공정위는 이들 계열사와 대한항공 간의 거래가 조 전 회장과 조 회장의 제안에 따라 시작됐고, 그간 지정자료 제출 시 조 회장이 직접 자필서명을 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조 회장이 충분히 계열사 누락에 대해 인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친족 소유 계열사에 대한 한진 측의 일감 몰아주기가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계열사 미편입 기간 동안 사익 편취와 부당 지원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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