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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고령사회의 고민, 연금개혁](2)자영업자·청년·특고노동자 521만명 보험료 못 내 ‘노후 무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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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준비” 자영업자 73%…상용근로자 91% 이상과 대비

ㆍ청년층 가입률 38.8% 불과…군 복무, 가입기간 인정 주장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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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치킨집을 3년째 운영하는 박진성씨(가명·61)에게 노후준비는 매달 12만원씩 붓는 국민연금이 전부다. 남들은 노후를 대비한다며 민간보험에 들고 부동산을 사놓지만 한 달 수입이 200만원에 불과한 그에겐 보험료 12만원도 부담스럽다. 직장인의 연금보험료는 회사가 절반을 내주는데 박씨는 지역가입자여서 보험료를 모두 스스로 낸다. 박씨는 “요즘 배달인건비도 오르고 경기도 안 좋아 보험료조차 버거울 때가 많다”며 “하지만 폐업해서 보험료도 못내는 이들을 보면, 그나마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18세 이상이면 소득과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1988년 제도가 만들어진 지 30년이 된 올해 총가입자는 2194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 절반이 가입하는 셈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제 때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2016년말 기준으로 521만명이었다. 가입자 4명 중 1명은 노후에 연금을 제대로 받기 힘들다는 뜻이다. 20대에 정규직으로 취직해 60세 전후 은퇴하는 것은 이제는 지나간 세대의 일이 돼버렸다. 일찍 퇴직해 자영업에 뛰어든 이들이나 취업난 속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10년 이상 연금을 붓는 것이 쉽지 않다.

■보험료도 못 내는 자영업자들

전문가들은 연금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대표적인 이들로 ‘자영자’(1인 영세 자영업자)를 꼽는다. 자영업은 한 때 퇴직자들의 노후대책이었지만 이제는 경쟁이 심해지며 노후 빈곤의 통로가 됐다. 지난해 소득 1분위(20% 이하) 영세 자영업자들은 월 평균 91만원을 벌었다. 자영업자 중 노후준비를 하는 사람은 73%뿐이고,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사람은 그 중 45%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상용근로자들은 91% 이상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는 통계와 대비된다.

정부는 2012년부터 자영업자를 비롯해 10인 미만 사업장의 연금보험료 부담을 줄여주는 ‘두루누리사회보험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혜택은 종업원이 있는 사업장가입자들에게만 적용되고, 지역가입자인 자영자들에겐 돌아가지 않는다.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17일 발표할 제도발전안에 두루누리 지원을 저소득 지역가입자에게 확대하는 방안을 넣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임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영자들은 실소득 파악이 어렵다는 난점이 있지만 국세청 과세자료 등을 이용하면 실현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학습지교사나 학원강사, 대리운전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들도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있다. 이들은 실질적으로 특정 업체에 소속돼 일하지만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지역가입자가 되면 연금보험료 부담을 혼자 짊어져야 하기 때문에 가입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이들의 국민연금 가입비율은 66.1%에 불과했다. 근래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정부와 법원이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 학자들은 이들도 직장가입자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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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면 기업들에게 부담을 지워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제도발전위는 “업종별 특성과 산재 특례 등을 참고해 단계적인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층 절반이 연금 사각지대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도 연금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다. 비정규직으로 불안정한 노동을 하면 보험료를 제대로 내기 쉽지 않다. 취업하지 못한 기간이 길수록 나중에 받을 연금 액수도 줄어든다. 2015년 12월말 기준으로 18∼34세 총인구 중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38.8%에 불과했다. 20대에 국한시켜보면, 2016년 한국의 20대 인구 대비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가입률은 35.1%이었다. 미국의 78.2%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일본은 20대의 94.1%, 영국은 79%가 공적연금이라는 안전망에 들어가 있다.

청년들의 군 복무나 직업훈련 기간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해주자는 제안이 나온다. 제도발전위는 이 중 군 복무 기간을 인정해 주는 ‘군복무크레딧’ 개선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까지는 군 복무 기간 중 6개월만 인정됐으나, 앞으로는 전체 복무 기간을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자는 제안이다. 하지만 지엽적인 대책일 뿐이다.

제도발전위의 대책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연금보험료를 내기 힘든 청년기와 노년기를 묶어 정부에서 일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18~64세의 가입기간 중 첫 10년인 18~27세 기간과 마지막 10년인 55~64세 기간의 연금 보험료를 정부에서 지원하면 빈틈을 메우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는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문제는 다양한 직군들이 생겨날 미래의 노동시장에서는 더욱 악화될 여지가 많다”라며 “지금 거론되는 대안들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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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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