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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북한 ‘오뚝이 2인자’ 황병서, '당 제1부부장' 직함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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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2인자’ 자리를 다투던 실세였지만 지난해 실각했던 황병서 전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근 복권된 그의 직함을 북한 매체들이 13일 공개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안남도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면서 동행자 명단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황병서 동지’를 제일 먼저 호명했다. 이전까지 북한 매체들은 그에 대해 ‘황병서 동지’ ‘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라는 호칭만 썼다. 이번에 직함까지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은 황병서에 대한 인사 조치도 마무리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황병서에 대한 복권 절차가 완료됐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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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봄 평양 여명거리 완공식에 참석한 황병서(왼쪽)를 김정은 위원장이 쳐다보고 있다. 시선이 곱지 않다. 이후 황병서는 실각했다가 올해 2월 공식석상에 재등장했다. 13일엔 '당 제1부부장'이라는 직함을 받은 것을 확인돼 완연한 복권을 알렸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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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제1부부장은 북한에서 핵심 실세에게만 주어지는 직함이다. 노동당의 각 부서의 장(長) 급인 부부장 중에서도 ‘선임’격이며, 때론 여러 부서를 총괄하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직급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이며 사실상 비서실장 역할을 도맡는 김여정도 당 제1부부장을 공식 직함으로 쓰고 있다.

1949년생으로 올해 69세인 황병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뒤 충복을 자처했다. 경쟁자 구도를 형성했던 최용해 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북한에서 ‘금수저’로 통하는 항일 빨치산 핏줄이지만 황병서는 달랐다. 자수성가형으로 당 조직지도부 등에서 잔뼈가 굵은 ‘흙수저’ 급이다. 출신은 달라도 최용해와 황병서는 닮았다. 수차례 실각과 복권을 겪으며 ‘오뚝이’라는 별명이 붙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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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신도군(비단섬)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수행원의 도움을 받아 작은 모터보트에서 내리고 있다. 이날 시찰에는 좌천 된 것으로 알려졌던 황병서 전 총정치국장(원 안)이 모습을 보였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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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기 보급됐던 충성가 중 ‘알았습니다’라는 노래가 있다.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명령 지시에는 오직 ‘알았습니다’라는 한마디 대답밖에 모른다” 는 가사가 핵심이다. 이 노래를 만들어 보급한 인물이 황병서다. 2015년엔 김 위원장과 함께 걸어가다 자신도 모르게 한걸음 앞서가자 황급히 뒷걸음질을 치는 모습도 포착됐다. 행여 입냄새가 날까 손으로 입을 가리고 김정은에게 보고하는 모습도 여러 번 보였다.

김정은 위원장도 황병서를 신뢰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그를 특사 3인방 중 한 명으로 보냈고,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사건 후 남북 고위급 회담에도 대표로 낙점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황병서는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의 위상과 신변에 이상신호가 켜진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원회에 황병서가 “당에 대한 불순한 태도 때문에 처벌됐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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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북한 목함지뢰 도발을 계기로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 황병서와 김관진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고위당국자 접촉 공동보도문’에 합의한 25일 새벽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회담장 벽에 걸린 시계의 바늘이 자정을 넘어 0시55분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제공=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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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황병서는 재기했다. 올해 2월16일 김정일 생일 즈음 황병서는 다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은과 같은 줄에 서며 기세 등등했던 때와는 달리 객석에 앉아있거나 행사단 뒷줄에 선 모습이었다. 한창 때에 비해선 초라했지만 이는 재기의 신호탄일뿐이었다. 지난 6월30일 북한 매체들은 일제히 황병서가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에 동행한 사진을 게재했다. 이후 황병서는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핵심 실세로 완연히 복귀했음을 증명했다. 이번엔 ‘당 제1부부장’이라는 직함까지 공개됐다.

그가 어느 부서의 제1부부장을 맡았는지는 북한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이력을 고려하면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맡았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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