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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폭염 탓에 국가 자존심 '감자튀김'도 못 먹게 된 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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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감자가격, 작년보다 10배 치솟을 전망
벨기에 국민음식 '감자튀김', 유네스코 등재 준비하기도

아시아경제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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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북반구 전역을 강타한 폭염에 유럽도 이상고온과 가뭄에 시달리면서 주요 식료품인 '감자'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감자튀김의 원산지로 알려진 벨기에의 경우, 최악의 경우 감자가격이 10배 이상 폭등해 식당에서 감자튀김을 한동안 취급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벨기에 현지언론 및 외신들에 따르면 올해 벨기에의 감자수확은 예년의 3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본격적인 수확철인 9월이 되기 전까지 가뭄이 지속될 경우, 감자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작황이 좋았던 벨기에 감자는 1톤(t) 당 25유로 선에서 거래됐고, 평균적으로 100~150유로 선에서 거래됐지만, 올해는 300유로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따라 벨기에의 '국민음식'으로 불리는 감자튀김이 수급 문제로 가격이 대폭 인상되거나 음식점에서 자취를 감출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통 감자튀김은 '프렌치 프라이(French Fries)'라 불리며 프랑스 요리로 알려져있지만, 벨기에에서는 자국의 전통음식이자 국민음식으로 여기고 있다. 프랑스와 원조 논쟁을 벌이며 외교전을 치른 적도 있고, 지난 2014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을 하기도 했지만, 프랑스와의 논쟁으로 아직 등재되진 못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는 음식이나 음식 제조법, 음식 문화 등이 등재될 수 있으며, 우리나라 '김장' 문화도 무형문화유산으로 지난 2013년 등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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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튀김을 미국에 소개한 인물로 알려진 미국 제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초상화 모습. 프랑스 대혁명이 한창일 시절 주 프랑스 공사를 맡았던 제퍼슨은 1802년, 백악관에서 감자튀김을 프랑스 요리로 소개, '프렌치 프라이'란 단어를 탄생시킨 인물로 알려져있다.(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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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튀김이 '프렌치 프라이'라 불리게 된 이유는 감자튀김이란 음식 자체가 미국의 거대 패스트푸드점을 통해 전 세계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미국에 감자튀김이 전래된 것은 1802년, 미국의 제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이 프랑스 공사 시절 맛봤다는 감자튀김을 백악관에서 처음 선보이면서부터다. 그때 그는 이 요리를 '프랑스식으로 튀긴 감자(potatoes, fried in the french manner)'라고 소개했고 한다. 프렌치 프라이란 말 자체가 여기서 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근거로 삼아 오늘날 프랑스에서도 프렌치 프라이를 자국의 대표 요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벨기에의 주장은 다르다. 프랑스에서 감자를 아직 먹지 않던 17세기 말, 벨기에에서 처음으로 감자를 튀겨먹었기 때문에 자국 음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벨기에에서는 1680년, 뮤스(Muese) 지역에서 감자를 세로로 쪼개서 생선과 함께 튀겨먹었던 '프리트(frites)'라는 음식에서 감자튀김이 나왔다고 주장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벨기에에 원군으로 왔을 때,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벨기에 지역에 오는 바람에 이 음식을 프렌치 프라이로 오해하게 됐다는 것.

이에따라 프랑스와 벨기에 양국은 여전히 감자튀김의 원조가 자국이라고 우기며 분쟁을 벌이고 있다. 불어권 사용지역인 남부 왈롱과 네덜란드어권인 북부 플란데런 간 지역감정이 심했던 벨기에가 반프랑스 정서로 단결된 주 요인을 제공한 것도 감자튀김이었다. 지금까지 명확한 유래가 알려져있지 않아 양국간의 감자튀김 원조 논쟁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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