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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유전자가위는 만능?…안전성 경고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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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미래&과학]

유전자치료 안전성 연구 어디까지



유전자가위, 정확히 표적 잘라도

DNA 결실·삽입·재배열 부작용

변이유발 메커니즘 규명 새 과제

가위 작동 이후 세포 대응 복잡

암 위험과의 상관성 확인되기도

지나친 낙관 앞서 현실적 접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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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 질환을 고칠 미래의 정교한 유전자 치료술’로 불리곤 하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가 실제 임상치료에 안전하게 쓰이기 전에 넘어야 할 ‘안전성의 기준’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유전자가위의 부작용 가능성이 최근 연구들에서 새롭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의하지 않는다면 유전자가위는 인체 면역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암 위험을 높일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디엔에이(DNA) 변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각기 다른 연구진에 의해 올해 들어 최근까지 잇따라 제기됐다.

이런 연구가 최근 들어 잇따르는 것은 유전자가위가 2013년 이후 몇 년 만에 기존 유전공학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대안의 혁신기술로 확실한 영향력을 확장한 데 비해, 짧은 역사로 인해 인체 안전성 측면은 그동안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체 안전성 연구들은 유전자가위가 인체 치료술로 나아가기 위해 넘어야 할 안전성 기준을 높여주고 있다고 연구자들은 보고 있다. 유전자가위의 인체 안전성과 관련해 최근 연구결과들에서 어떤 이슈가 논의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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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가위 작동 뒤 세포에 일어나는 일

최근 연구들은 유전자가위가 정확히 작동하더라도 다른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등 연구진과 미국 노바티스 생명의학연구소 연구진은 각각 유전자가위와 암 위험 간에 상관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를 지난 6월 <네이처 메디신>에 나란히 발표했다.

이 연구에선 암 억제 유전자로 널리 알려진 ‘피53’(p53) 유전자가 중요하게 다뤄졌다. 유전자 p53은 디엔에이에 손상이 생겼을 때 복구 과정에 참여해 종양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널리 쓰이는 유전자가위 분자(Cas9)는 디엔에이 두 가닥을 절단하는 작동을 하는데, 당연히 p53은 이런 과정을 그대로 두고 보진 않는다. 유전자가위가 절단한 디엔에이를 복구하거나 변이가 심하게 생겼을 때엔 세포 스스로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전자가위는 세포의 보호자인 p53이 기능하지 못하는 비정상 세포들에서 훨씬 더 잘 작동한다.

연구진은 유전자가위가 p53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세포에서 잘 작동하기 때문에, 유전자가위를 거친 세포를 유전자치료용으로 쓴다면 그 세포들에서는 종양 억제 유전자 p53이 제거되어 암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유전자가위로 만든 치료용 세포를 사용할 때엔 이런 위험도 충분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연구자들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서울대 교수)은 “어떤 임상시험에서도 p53 유전자가 없는 세포들을 치료제로 사용하지는 않는다”며 “손쉽게 확인할 수 있으므로 대부분 임상 연구에서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좀 더 복잡한 문제는 유전자가위가 정확하게 디엔에이의 표적지점을 찾아가 절단하더라도 절단 지점 부근에서 예상하지 못한 변이들이 생겨날 가능성이 새롭게 제기됐다는 점이다. 지난달 영국 웰컴생어연구소 연구진은 유전자가위 기술을 시행한 이후에 쥐와 사람 세포들의 유전체에 나타난 염기서열 변이를 전에 없던 기법으로 정밀하게 분석해 그 결과를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에서는, 유전자가위가 표적지점을 정확히 절단하더라도 이후에 세포의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디엔에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염기서열 결실, 삽입, 재배열 같은 변이들이 절단 지점 부근에서 무작위적이고 대량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로는 변이가 수백 내지 수천 염기쌍 규모로도 일어난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진은 “유전자 편집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큰 유전체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동안 유전자가위로 인한 변이의 문제로는 주로 표적지점 아닌 곳을 절단하는 표적이탈’의 문제가 지적된 바 있는데(한겨레 2017년 7월31일치 21면), 이번 생어연구소 연구진은 표적 지점에서도 상당한 변이가 일어날 수 있음을 처음 제기했다.

김진수 단장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쓴 해설에서 “이 연구는 체세포와 생식세포 유전자치료에서 크리스퍼나 다른 유전자가위 도구를 더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하는 안전성 기준을 확실하게 높여주었다”면서 “미래 임상시험에선 표적이탈 효과와 더불어 표적지점의 예기치 못한 변이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주목받는 DNA 절단-복구 과정

최근 안전성 연구들이 유전자가위의 디엔에이 절단 이후에 일어나는 세포의 디엔에이 복구 시스템을 주로 다루면서, 디엔에이 복구 방식에 대한 관심도 새삼 높아지고 있다. 관련 주제를 다루는 연구결과도 이전보다 좀 더 눈에 띈다. 유전자가위의 작동 원리를 규명해온 배상수 한양대 교수(화학)는 “생어연구소 연구결과는 디엔에이 복구 과정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항상성연구단의 임태진 연구위원은 “대부분 유전자가위 연구가 활용과 관련되어 이뤄지고 있고 디엔에이 복구 과정의 기초 연구는 소수 그룹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널리 알려진 디엔에이 복구 방식은 대체로 두 가지로 구분된다(그림 참조). 흔한 것은 끊어진 디엔에이 두 가닥의 말단 지점을 이어붙이는 방식(비상동 말단연결, NHEJ)이다. 양 끝을 다듬고 붙이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규모로 염기서열이 떨어져 나가거나, 끼어들거나, 염기서열 재배열이 일어나기도 한다. 유전자가위는 세포의 이런 복구 방식을 활용해 유전자에다 일부러 변이를 일으킴으로써 질병 관련 유전자의 기능을 없앨 수 있다.

다른 방식은 다른 곳에도 보관된 같은 염기서열 정보를 찾아내어 그것을 주형(틀)으로 삼아 염기서열을 복원하는 방식이다. ‘상동 염색체’에 있는 정보를 가져와 끊어진 디엔에이 부위의 복구에 활용한다(상동 재조합 복구 HDR). 연구자가 미리 설계한 디엔에이 조각을 유전자가위 분자와 함께 세포에 넣으면, 유전자가위가 디엔에이 표적지점을 절단할 때 세포는 제공된 디엔에이 조각을 주형으로 삼아 연구자의 의도대로 디엔에이를 재건한다. 그러면 미리 설계한 디엔에이 조각이 본래 디엔에이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다.

이처럼 유전자가위 기술은 세포의 두 가지 디엔에이 복구 방식을 적절히 활용해, 특정 유전자 기능을 정지시킬 수도 있고 특정 디엔에이 조각을 넣어 유전자 형질을 바꿀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안전성 연구들은 유전자가위의 디엔에이 절단 이후에 일어나는 세포의 대응이 생각보다 복잡함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세포에선 p53 같은 유전자가 나서서 유전자가위의 작동을 방해 또는 저항하는 시스템을 가동하며, 유전자가위가 표적지점을 자르더라도 복구 과정에서 그 영향이 상당한 정도로 나타남을 보여준다. 김진수 단장은 “어떤 경로로 어떤 단백질에 의해 이런 표적지점 변이가 발생하는 것인지가 규명되어야 하다”면서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변이 유발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성 문제풀이 연구도 활발

배상수 한양대 교수는 “제기되는 여러 안전성 문제들이 극복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면서 “문제들을 극복하거나 우회할 수 있는 여러 연구가 나오고 있고 또한 나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유전자가위가 표적을 벗어난 곳에다 의도하지 않은 절단과 변이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표적이탈’ 문제가 제기된 이후에 이를 극복하거나 우회하는 연구개발이 국내외 여러 연구진에 의해 이뤄졌듯이, 새로운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문제 풀이 연구들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디엔에이를 자르지 않은 채 염기 하나만을 교체하는 유전자가위의 ‘염기편집’ 기법도 등장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한겨레 2017년 11월6일치 17면).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지안후아 루오 교수는 해외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에서 “최근 안전성 연구들은 치료법 개발에서 고려해야 하는 유전자가위의 작동방식에 관해 새로운 측면을 밝혀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범 연세대 의대 교수는 “부작용이 전혀 없는 치료법은 사실 거의 없다”면서 “안전성 문제들을 줄이는 방법이 이미 제시되거나 연구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위험은 줄고 혜택은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전자가위의 작동 원리를 연구해온 김성근 서울대 교수(화학)는 “과학자의 지나친 낙관주의와 대중매체의 선정적 보도가 결합하면 성급한 희망과 여러 사회적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면서 유전자가위 신기술을 될수록 현실적인 눈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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