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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단독]국토부,‘신안산선’ 포스코건설 컨소시엄 결격사유 알고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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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협상자 선정 때 ‘무조건부 투자확약서’ 받아야 하지만

‘조건부 투자확약서’ 받아…자격 취소 않고 국회에 허위 보고

3조4000억 규모 국책사업, ‘부실 심사’ 의혹 등 수사 불가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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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총 사업비 3조4000억원 규모의 신안산선 민간투자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의 중대한 결격사유를 사전에 알고도 국회에 허위 보고한 의혹이 제기됐다. 컨소시엄 참여 금융기관들이 본사 이사회 승인이 이뤄지기 전 단계에서 작성된 ‘조건부 투자확약서(투자의향서)’를 제출했음에도 투자확약서를 제출한 것처럼 보고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투자확약서를 둘러싼 의혹은 지난 2월 신안산선 사업 입찰 결과 발표 직후부터 논란이 됐던 것으로 최근 포스코 컨소시엄은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서 투자확약서 미제출 사실을 시인했다.

12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포스코 컨소시엄은 신안산선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처분 취소 소송과 관련하여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한 서면에서 펀드참여 금융회사들이 조건부 투자확약서를 제출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는 지난 2월 국토부가 포스코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후 국회에 보고한 내용과 배치된다. 당시 국토부는 사전적격심사에서 NH생명 컨소시엄은 인감증명서 발행일을 문제 삼아 탈락시키면서 입찰금액을 3000억원 더 높게 써낸 포스코 컨소시엄은 중대한 하자에도 불구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발표했다.

당초 국토부가 고시한 사업계획서 평가계획에 따르면, 금융기관이 직접 투자하지 않고 설립예정펀드의 투자자로 참여하는 경우 조건 없는 투자확약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포스코 컨소시엄의 경우 4개 은행이 칸서스자산운용의 설립예정펀드에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 측은 “포스코 컨소시엄 참여 금융회사들이 조건부 투자확약서를 제출해 사전적격심사 탈락 사유라는 의혹이 있어 국토부 직원들을 불러 물어보니 ‘무조건부 투자확약서를 제출했고 만약 사실과 다르면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 국토부는 이 의원뿐 아니라 김태년 의원과 민주당 전문위원에게도 같은 내용으로 보고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가 3조원짜리 국책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에 중대한 하자를 파악하고도 국회에 투자확약서 미제출 사실을 숨긴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손명수 국토부 철도국장(현 항공정책실장)은 허위 보고 의혹과 관련해 “담당 팀장에게 물어보라”며 설명을 거부했다. 담당 팀장 역시 “투자확약서가 ‘조건부’인지 ‘무조건부’인지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고 다만 사업자 적격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보고만 했다”며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라 자세한 답변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측도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사전적격심사 당시) 평가위원들은 전문적 판단하에 포스코 컨소시엄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정당하게 평가했다”며 사업자 적격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향신문 취재결과 포스코건설 측 답변과 달리 조건부 투자확약서 제출 부분은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재무능력 심사를 맡았던 ㄱ회계사는 “ㄴ교수가 ‘포스코 쪽 투자확약서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했지만 왜 문제가 되는지를 설명하지 않아 더 이상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ㄴ교수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하지만 ㄴ교수는 “나는 회계 쪽 전공이 아니라 조건부와 무조건부 투자확약서가 왜 차이가 나는지 몰랐고 자세히 보지도 않았다”며 “내가 투자확약서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이처럼 경기 안산과 서울 여의도를 30분대에 연결하는 3조원대 초대형 민자국책사업이 국토부 공무원과 심사위원들의 ‘부실 심사’, 포스코건설에 대한 특혜 의혹으로 얼룩지면서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포스코건설 본사로부터 최근 수년간 공공입찰 심사위원들을 상대로 로비활동을 기록한 파일이 담긴 하드드라이브를 압수해 분석 중이다.

법률사무소 율현의 강병국 변호사는 “국토부 공무원들이 중대한 하자를 알고도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취소하지 않고 계약절차를 진행했다면 직무유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진구 탐사전문기자 kangj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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