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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한강 민간보트 구조나섰다가… 소방관 2명, 급류 휩쓸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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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대교 인근서 소방 구조보트 전복… 1명 구조, 2명 실종

동아일보

12일 오후 경기 김포시 고촌읍 한강 신곡수중보 북단 부근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김포소방서 수난구조대의 보트가 전복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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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한강 하류 수중보에 걸린 민간 보트를 구조하려고 출동했던 119 수난구조대 보트가 전복돼 소방관 2명이 실종됐다.

이날 오후 1시 33분경 경기 김포시 고촌읍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김포대교 서쪽(하류)에 위치한 한강 신곡수중보 북단 부근에서 김포소방서 수난구조대 소속 2t 보트가 전복됐다. 이 사고로 보트에 타고 있던 소방관 3명 가운데 심모 소방교(37)와 오모 소방장(37)이 실종됐다. 다른 1명은 함께 출동한 제트스키 구조대원에게 구조됐다.

이들은 낮 12시 57분경 한국농어촌공사 직원으로부터 ‘민간 보트가 장애물에 걸려 있다’는 119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1988년 설치된 신곡수중보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 신평동과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를 연결하는 1007m 길이의 수중보다. 김포 쪽 남단은 수문을 설치해 물이 빠져나가는 가동보 형태이고, 사고 지점인 북단은 물속에 높이 2.4m의 고정보를 쌓은 형태로 건설됐다. 수면과의 낙차 때문에 급류가 생기기 때문에 평소에도 위험한 지역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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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고로 보트에 타고 있던 소방관 2명이 실종돼 소방과 군 등에서 헬기를 동원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김포=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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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대교 동쪽(한강 상류 쪽)에서 출동해 신곡수중보로 접근하던 구조보트가 강한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수중보 아래로 떨어지면서 뒤집어진 것으로 보인다. 신곡수중보에서는 지난해 8월과 2016년 7월에도 민간 보트가 전복돼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물에 빠졌다가 구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배명호 김포소방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실종된) 구조대원들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물살이 세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 지점 물살이) 굉장히 심한 소용돌이라서 탈출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보트가 전복됐다는 보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신고 10분 만에 소방헬기를 출동시켰다. 23분 후에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해 김포소방서 전 직원을 소집했다. 이어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와 서울소방재난본부, 군, 해양경찰도 출동해 한강 하류 북방한계선까지 광범위한 수색을 했다. 이날 구조작업에는 인원 439명과 헬기 4대 등 장비 18대가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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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에 따르면 당초 사고가 접수된 민간 보트의 크기는 가로 1.5m, 세로 2.5m로 최대 12명까지 탈 수 있는 규모다. 수색 결과 민간 보트에는 사람이 타고 있지 않았지만 관계당국은 이 보트에 사람이 탄 채 수중보 쪽으로 내려왔는지 조사 중이다.

올해 3월 충남 아산시에서 도로를 달리던 개를 구조하다가 화물차에 치여 여성 소방관과 교육생 2명 등 3명이 숨진 데 이어, 직무를 수행하던 소방대원이 실종되는 사고가 이어지자 일선 소방관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실종된 두 소방관은 2012년 6월 소방에 함께 입문해 6년여간 수난구조 활동을 했다. 오 소방장은 항해사 특채 출신으로 지난해 11월 김포소방서로 옮겼다. 2016년 수난구조 공로를 인정받아 모범공무원상을 수상했다. 심 소방교는 경력 전부를 김포소방서에서 보냈다. 심 소방교는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소방관 순직과 관련해 “그들도 집으로 돌아가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아버지들이고 우리 사회의 영웅”이라는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수색에 참여한 한 소방대원은 “수중보가 위험한 곳이라는 건 모두 알지만 두 대원은 만약에 있을지 모르는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로 출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서형석 skytree08@donga.com / 홍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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