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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갤럭시노트9이 아이폰 충성고객 빼앗아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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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갤럭시노트9 먼저 써봤더니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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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뭐로 써야 하지?”

9일 삼성전자의 대화면 플래그십 모델 신작 ‘갤럭시 노트9’ 공개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미국 뉴욕까지 출장 온 기자들이 체험행사를 마친 뒤 내뱉은 말입니다. 분명 신작이긴 한데, 에스(S)펜에 리모컨 기능이 추가된 것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변화가 보이지 않은 데 따른 것입니다. ’하드웨어 스펙이 강화돼 빠른 속도로 오래 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하지만(이는 분명 강점이긴 합니다), 마치 한국 축구팀의 강점이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이라고 평가하는 것과 비슷해 보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들보다 먼저 노트9을 ‘만져본’ 기자가 쓰고 느낀 점을 정리해봤습니다.

■ 노트8이랑 뭐가 달라졌지?

이번 갤럭시 노트9은 하반기 출시될 애플 아이폰의 새 모델과 경쟁하는 한편, S9의 부진을 만회해야 하는 제품입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노트9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습니다. 해외 정보기술(IT) 매체들이 내놓은 사전 정보가 많기도 했고, 거의 맞아 떨어졌습니다.

처음 노트9을 받아들었을 때 느껴지는 ‘새로움’은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외관은 뒷면 지문인식 센서가 카메라 옆에서 아래로 내려간 것을 제외하고는 전작인 노트8과 비슷했습니다. 화면이 6.4형(인치)으로 0.1형 커진 정도입니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하드웨어 스펙은 강화됐습니다. 노트 시리즈 사용자들은 S시리즈 사용자보다 23% 이상 애플리케이션을 더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런 ‘파워 유저’들에게 배터리 용량이나 저장공간, 처리속도 등은 중요합니다. 앞서 삼성전자가 공개한 노트9 티저 광고에서도 이런 내용이 강조됐습니다.

실제 배터리는 노트8보다 700mAh 늘어난 4000mAh로 경쟁사의 플래그십 모델 가운데 가장 용량이 큽니다. 배터리 발화 문제로 판매가 중단됐던 노트7보다도 500mAh 많습니다. 한번 충전하면 종일 사용할 수 있어 ‘올 데이 퍼포먼스’가 가능하다고 삼성은 밝힙니다. 또, 중앙처리장치(AP)가 개선돼, 엘티이(LTE) 환경에서 최대 1.2Gbps의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2시간짜리 HD 동영상을 10초 만에 다운로드)를 낼 수 있고, 저장공간은 512GB·128GB, 램(RAM)은 각각 8GB·6GB 메모리가 탑재됐습니다. 이는 경쟁사 플래그십 모델 중에 가장 뛰어난 스펙입니다.

■ 셀카봉 역할 하는 S펜

노트9을 받아들고 가장 먼저 해본 것은 S펜을 노트9에서 빼내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노트9의 가장 큰 변화는 S펜에 리모컨 기능이 추가된 것입니다. 카메라 앱을 실행한 뒤 S펜의 버튼을 한 번 누르니 사진이 찍혔습니다. 두 번 누르면 앞·뒤면 카메라가 변환됩니다. 동영상 시청 때 재생하거나 중지하고, 발표를 할 때 리모컨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해당 기능을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S펜의 리모컨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앱은 카메라, 갤러리, 음성 녹음, 삼성 뮤직, 삼성 비디오, 유튜브, 스냅챗, 스노우, B612, 파워포인트, 한컴 오피스 쇼 등인데, 삼성은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를 공개해 S펜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앱을 늘리겠다는 계획입니다.

S펜은 리모컨 역할을 위해 ‘블루투스’를 탑재했고, 블루투스에는 전력이 필요합니다. S펜에는 작은 배터리가 들어있는데, 노트9 본체는 S펜의 충전기 역할을 합니다. S펜 자리에 꽂으면 바로 충전이 됩니다. 완전 충전되기까지 40초가 걸립니다. 대기 시간은 30분, 최대 200번까지 버튼을 누를 수 있다고 합니다.

S펜은 시그니쳐 모델인 오션블루만 본체 색과 다른 노란색이고, 나머지 모델은 본체 색깔과 같습니다. 노트9은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필기할 수 있는데, S펜의 색깔과 동일한 색깔로 표현됩니다. S펜은 사용자 취향에 따라 다른 색상으로 별도 구매할 수 있는데, 색깔이 바뀌면 본체와 페어링 돼 필기 되는 색깔도 자동으로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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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세는 인공지능 카메라

다음으로 강조되는 것은 인텔리전트 카메라입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카메라를 피사체에 갖다 대면 피사체와 주변 환경을 인식해 인물·동물·꽃·설경·야경 등 20가지 상황에 맞게 카메라 설정이 자동으로 조정돼 최적의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체험장에서 꽃에 카메라를 갖다 대자 카메라 화면에 꽃 모양이 뜨고, 사람에게 돌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 모양이 떴습니다. 조명이 있는 곳과 없는 곳에서 촬영해 봤는데 준수한 사진이 나왔습니다.

이는 엘지(LG)전자가 주목받았던 ‘AI 카메라’와 유사합니다. G7·V30·V35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기능이기도 하죠. 다만 엘지 모델들은 상황이 19가지인데 반해 노트9은 한 가지 더 많은 20가지이고, 엘지는 ‘AI카메라’를 한번 터치해야 기능이 구현되지만, 노트9은 터치하지 않아도 구현된다는 점에서 조금 더 앞서긴 합니다. 삼성 스마트폰이 어두운 환경에서 잘 찍히는 카메라라는 강점을 보여왔던 대로, 노트9은 F(조리개)1.5와 2.4짜리 렌즈를 두 개 탑재했습니다. 빛이 적은 어두운 곳에서는 F1.5 렌즈, 밝은 곳에서는 F2.4 렌즈로 촬영됩니다.

재밌는 기능 가운데 하나는 사진을 잘 못 찍어 후회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플로 디텍션’ 기능입니다. 방금 찍은 사진 가운데 눈을 감은 사람이 있거나 사진이 흔들렸거나, 카메라에 얼룩이 묻었을 때, 또는 역광일 경우엔 바로 알림이 떠 사진을 다시 촬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입니다. 눈을 감았는지 떴는지 카메라가 사람의 눈 모양을 인식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현장에 있는 기자들이 여러 차례 실험을 해봤으나, 메시지를 확인한 기자는 몇 명 되지 않았습니다.

■ TV로 동영상 강의 보면서 노트9로 필기 가능

노트9은 스마트폰 화면을 티브이(TV)나 모니터로 볼 수 있는 ‘삼성 덱스(DeX)'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돼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문서작업이 필요하거나, 모바일 게임을 큰 화면으로 하고 싶을 때, 유튜브 영상을 대화면으로 보고 싶을 때 유용한 기능입니다. 티브이나 모니터를 HDMI 어댑터로 연결하기만 하면 별도의 액세서리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선 미러링을 주로 사용했는데 이때, 스마트폰의 다른 기능까지 화면에 떠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노트9은 티브이나 모니터 화면, 노트9에 각각 다른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티브이로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중요한 내용을 필기하거나, 아이에게 유튜브 동영상을 틀어주고 카톡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 빅스비는 얼마나 잘 될까?

노트9에 고도화된 인공지능 시스템 ‘빅스비’가 탑재됐습니다. 삼성전자는 새 빅스비에 대해 “자연어 인식 능력, 개인화 등이 강화됐다”며 “말 한마디로 사용자에게 필요한 검색부터 예약이나 결제까지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네이버·카카오·에스케이텔레콤(SKT) 등이 내놓은 다른 인공지능 시스템이 구현하고 있는 기능이기도 합니다. 삼성전자의 빅스비가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성능이 뒤진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얼마나 ‘잘 되느냐’가 관건일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스마트폰 하드웨어의 성능 변화가 사용자가 인지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빅스비가 얼마나 ‘잘 되느냐’에 삼성 스마트폰의 성패가 달려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구글의 인공지능 시스템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쓰는 상황에서, 삼성의 ‘빅스비’ 독자 노선은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 노트9 마니아 vs 아이폰 마니아

노트9은 미드나잇 블랙, 오션 블루, 라벤더 퍼플, 메탈릭 코퍼 등 4가지 색깔로 오는 24일부터 전 세계에서 순차적으로 출시됩니다. 가격은 128GB가 109만여원, 512GB가 135만여원으로 책정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작보다 저장공간과 메모리가 늘어났음에도 128GB 모델이 노트8 64GB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트 시리즈는 재구매율이 64%에 달할 정도로 ‘충성도’ 있는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어느 정도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그런데 애플의 신작 아이폰 역시 노트9보다 화면이 0.1인치 큰 6.5인치 모델로 뒤따라 출시될 예정이어서(삼성전자는 이 때문에 출시일을 지난해 노트8보다 2주 정도 앞당겼습니다) 삼성보다 더욱 충성도 높은 아이폰 고객을 얼마나 빼앗아 올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뉴욕/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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