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는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땡볕에 방치돼 있었어요. 이런 날씨에는 일사병으로 죽을 수도 있잖아요. 너무 걱정돼서 구조했어요. 검진해보니 원충과 사상충이 발견됐고, 간 수치도 매우 높았어요. 병원에서 치료한 뒤 보호 중이에요."
"순수는 도로를 떠돌아다니고 있었어요. 누군가 버리고 간 거죠. 혹시나 해서 상태를 확인했는데 배에 커다란 종양이 있고, 눈 한쪽이 함몰돼 있었어요. 곧바로 데려와 종양 제거 수술부터 했어요."
동물보호단체 케어 서울 답십리점에서 보호 중인 마루(왼쪽)와 순수. 입양자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양유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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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단체 케어 서울 답십리점의 이은혜 PD는 마루와 순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보더콜리 마루는 보호소에 들어온 지 한 달가량 된 신참, 요크셔테리어 순수는 2년 정도 된 고참이다.
이곳에는 마루와 순수처럼 버려지거나 학대받다가 구출된 유기 동물 70마리가량이 새 입양자를 기다리고 있다.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10일 후 안락사시키는 유기견보호센터와 달리 이곳에선 유기 동물들을 평생 보호해준다.
동물보호단체 케어 서울 답십리점의 이은혜 PD. 그는 "입양 간 아이들이 잘 지낸다는 소식을 (새 보호자로부터)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사진=양유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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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지만 그에 못지않게 버려지는 반려동물도 늘고 있다. 실시간 유기 동물 통계 사이트 '포인핸드'(Paw in hand)에 따르면 전국 유기 동물 수는 2016년 8만8636마리에서 작년 10만1070마리로 늘었다. 올해는 7월까지 6만7586마리가 버려졌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여름휴가철에 버려지는 동물이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지난 2~3월 1만5334마리였던 유기 동물은 6~7월 2만1792마리로 급증했다. 한 달 1만마리 이상, 하루 330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이 무더위 속에 거리에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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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버려지는 동물 중 절반 이상은 사망한다. 올해 1만4351마리가 자연사했고, 1만2431마리는 안락사했다. 새로운 주인에게 입양된 동물은 1만7295마리로 25% 정도에 불과하다. 버려진 동물 중에는 보호소로 인계되지 못하고 로드킬을 당하거나 길에서 목숨을 잃는 사례도 많아 실제로 사망하는 반려동물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기 동물이 해마다 급증하자 정부는 지난 3월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유기 동물에 대한 과태료를 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과태료 제도가 실효성 없다고 주장한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채희경 활동가. 어웨어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유기견 방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사진=양유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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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유기 동물 방지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채희경 활동가는 "지자체에 단속 인력이 부족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설사 단속을 한다고 해도 수사 권한이 없어 처벌이 불가능하다"며 "과태료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라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벌점제를 도입해 경찰이 수사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에 문의한 결과 작년 유기 동물 10만마리 중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반려동물을 버리는 마음의 기저에는 동물이 소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큰 고민 없이 입양했다가 시간이 없거나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휴가철에 여행을 떠나게 되면 장기간 반려동물을 돌봐줄 곳이 필요한데 반려동물 호텔은 하루 3만~10만원 정도 비용이 들기 때문에 고민 끝에 남몰래 유기를 선택하는 사례도 많다. 이 PD는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지, 시간은 충분한지 자신을 돌아보고 동물이 아닌 동생이 생긴다는 마음으로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 활동가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유기 동물은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려동물을 펫숍에서 사고파는 문화가 사라져야 합니다.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사고팔 수 있나요? 상점 입장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동물을 대량생산하게 되고 그러면 유기 동물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반려동물을 입양하고 싶다면 펫숍을 이용하지 말고 가까운 동물보호소에서 유기 동물을 입양받는 방식으로 접근해보세요."
동물보호단체 케어 서울 답십리점에서 보호 중인 마루(왼쪽)와 순수. 입양자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양유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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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마치고 동물보호소를 나오려는데 마루와 순수가 기자의 뒤를 졸졸 따라온다. 이 PD가 이들을 안으며 이렇게 말했다.
"애교가 많은 마루는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해주실 분이면 좋겠고, 나이 든 순수는 조용하고 편안하게 지내도록 해주실 수 있는 분이 입양해주시면 좋겠어요."
양유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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