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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난민 인권도 중요한데 테러는 두렵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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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찬성하는 사람도 자신의 이웃집에 난민이 살도록 허용하는 것엔 반대할지 모른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 1~2일 실시한 난민 관련 여론조사에서도 이러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같은 난민에 대한 복합적 여론은 정부의 난민 대책 마련을 더욱 까다롭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적으로는 난민에 대한 우호적 인식(50.7%)이 적대적 인식(44.7%)보다 높았다. 하지만 제주도 예멘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자 찬성 35.8%, 반대 61.1%로 결과가 뒤집혔다.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테러ㆍ범죄 등 치안에 대한 우려로 나타났다.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반감이 커지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1일 “허위 난민 입국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SNS 프로그램인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국민청원 글에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다.

지난 6월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ㆍ무사증 입국ㆍ난민신청허가 폐지 및 개헌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닷새 만에 20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박 장관은 ‘허위 난민’들이 입국할 우려에 대해 “난민 신청 시 SNS 계정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신원 검증을 강화하겠다”며 “박해 사유, 마약 검사, 전염병, 강력범죄 여부 등을 엄정히 심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부족한 난민심사 인력과 통역 전문가를 대폭 늘리는 한편, 국가정황정보를 수집할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난민심판원을 신설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142개국이 난민협약에 가입해있고 탈퇴한 국가는 없다. 난민협약 탈퇴나 난민법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난민 심사 과정을 강화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우리도 한 때 난민이었다”는 논리도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박 장관과 방송에 함께 출연한 청와대 정혜승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상해임시정부도 일제의 박해를 피해 중국으로 건너간 정치적 난민이 수립한 망명정부였다”며 “우리도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난민 문제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의 주 지지층인 20~30대에서 난민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40대 이상보다 훨씬 높다는 건 정부가 섣불리 난민 포용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난민 전문가인 이일 변호사는 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대다수 국민들에게 난민은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지만 너무 많은 숫자를 수용해선 안된다는 시각이 깔려 있는 것 같다”며 “난민을 받을지 안받을지는 찬반 토론을 통해 결정할 문제라기보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설명을 잘 하는 게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경희ㆍ하준호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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