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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분석] BMW,잇따른 화재 진짜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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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수리를 위해 서비스센터에 몰린 BMW 차량 윤성혁 기자 shy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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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명차 'BMW'가 연일 화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 들어서만 벌써 32대의 차량이 불에 탔다. BMW는 42개 차종, 10만6317대 차량에 대해 대대적인 리콜 계획을 내놓았고, 국토교통부는 리콜 대상 차량 운전자에게 운행을 자제하라는 권고까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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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전소된 BMW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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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코리아는 계속해서 발생하는 화재 주요 원인으로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를 꼽고 있다. 2016년 11월 이전에 생산한 EGR 결함으로 고온의 배기가스가 냉각되지 않은 상태에서 흡기다기관에 유입돼 구멍을 발생시키고, 위에 장착한 엔진커버, 호스 등에서 발화돼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반면 국토부와 전문가들은 EGR 외에 다른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국내에서만 유독 화재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도 찾고 있다.

◇EGR 오류 언제든 발생 가능…'서지 탱크' 주요원인 가능성↑

BMW코리아는 이번에 리콜을 실시하는 전 차종에 대해 EGR 쿨러 라디에이터 면적을 넓히고, 밸브 설계를 변경한 신형 EGR 모듈로 교체해주고 있다. 실제 2017년식 BMW 차량부터는 신형 EGR 모듈을 장착해 판매한다. BMW코리아 측은 신형 EGR을 장착한 차량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EGR 결함이 화재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일 뿐, EGR 모듈 교체만으로 화재를 완전히 막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EGR과 연결된 흡기다기관 '서지탱크(Surge Tank)'가 화재 주요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EGR은 고온의 배기가스가 오가는 장치인 만큼, 오류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 그 오류로 인해 서지탱크 내에서 불이 나더라도, 탱크가 녹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화재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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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520d (제공=BMW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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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차량 서지탱크는 비가연성 플라스틱으로 제조한다. 불이 붙지는 않지만, 고온에 녹는다. BMW코리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EGR 결함으로 냉각되지 않은 고온의 배기가스가 서지탱크에 쌓여있는 카본, 미증류된 엔진오일 등을 발화시키고, 서지탱크에 구멍이 발생했다. 그 구멍으로 고온의 배기가스가 유출되면서 엔진커버, 호스 등 가연성 소재에 불이 붙고, 지금과 같은 화재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다.

국내 차량안전 전문가는 “엔진 쪽 화재는 주로 배기 쪽에서 발생하는데, 이번 BMW 연쇄 화재 사고는 '콜드 에어리어'인 흡기에서 발생한 것이 특징”이라면서 “지난 4월 EGR 리콜을 한 차례 실시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화재가 발생하기 때문에, EGR 모듈 교체 보다는 서지탱크를 금속이나 세라믹 등 불이 붙지 않는 소재로 바꿔야 화재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BMW 측에서는 현재까지 서지탱크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서지탱크를 교체하면 흡기다기관 주요 부품도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한다. BMW는 글로벌 제품에 동일한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만 교체가 불가능하다. 동일 엔진에 대한 서지탱크를 포함한 흡기다기관을 글로벌 동시 교체해야 한다. 또 흡기다기관은 엔진 주요 부품이기 때문에 인증도 새로 받아야 한다.

◇한국에서 유독 화재가 많은 이유…“고온·주행환경·SW 다양”

BMW 차량 화재는 폭염이 시작된 7월에는 2~3일에 한 번씩 발생했고, 이번 달에는 하루에 한 건 꼴로 일어났다. 가장 화재가 많이 발생한 차량은 2.0 디젤엔진을 장착한 '520d'다. 올해 벌써 19대가 불에 탔다. 동일한 엔진을 장착한 '320d'가 2건으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는 420d, GT, X3 등 다양한 차종에서 한 건씩 발생했다.

520d에서 화재가 많이 발생한 것에 대해 BMW 측은 “가장 많이 판매된 차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BMW코리아에 따르면 해외에서 520d 모델이 EGR 문제로 화재가 발생한 사례는 없다. 또 국내에서 판매하는 차량이 글로벌 판매 차량과 동일한 부품으로 제작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국내 특정 상황이 화재를 일으키는 변수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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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SW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유럽과 동일한 수준의 디젤엔진 환경규제를 요구한다. 하지만 2016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연비조작' 사태 이후 환경부에서 좀 더 보수적으로 측정한다. 때문에 BMW코리아는 EGR 가동률을 높여 배출가스를 낮추도록 SW를 설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으로 인해 EGR 내구성에 문제가 발생해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는 국내 주행환경 특성을 화재 원인으로 꼽았다. 국토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화재가 발생한 장소 중 고속도로가 16건, 고속화도로를 포함한 국도가 14건이었다. 일반 시내도로는 2건에 불과했다. BMW 차량이 고속주행 중 특정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BMW 차량은 배기가스 후처리장치(DPF)에 그을음입자(PM)가 많이 쌓이면 연소시킨다. 고속도로에서는 엔진 온도가 충분히 높기 때문에 배기가스로 자연연소를 시키고, 시내도로에서는 전자제어장치(ECU)가 연료를 많이 뿌려서 강제연소 시킨다. 시내도로만 주로 달리는 차량의 경우 DPF에서 PM을 충분히 태우지 못하고 계속해서 쌓이게 된다. 이런 차량이 고속도로를 달리게 되면 자연연소 과정에서 과도하게 높은 배기가스를 방출하게 되고, 이것이 EGR로 재순환 하는 과정에서 화재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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