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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경감 20명 채용에 변호사 227명 몰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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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경감 채용 시작 후 가장 높은 경쟁률

법조 경력 2년 필수요건 사라져 낮아진 문턱

검경 수사권 논의 본격화로 역할 확대 기대

로스쿨 졸업생의 진로 다양화도 영향 끼쳐

아주대(경기도 수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2학년에 재학 중인 박찬형(29)씨는 졸업 후 경찰이 되는 게 꿈이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 경찰시험에 도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로스쿨을 졸업해도 판검사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고,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로스쿨 출신이 아닌 이상 대형로펌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 로스쿨 선후배나 동기 중에도 경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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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출신 20명을 경감으로 채용하는 경력경쟁채용에 227명이 지원해 11.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로스쿨 학생들이 모의법정을 진행하는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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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채용에 대한 변호사나 예비 법조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찰청은 20명을 경감으로 채용하는 올해 변호사 경력경쟁채용에 227명이 지원해 경쟁률 11.35대 1을 기록했다고 5일 밝혔다. 이는 사법시험 출신 경정 특별채용제도가 폐지되고 경력직 변호사를 경감으로 선발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지원자가 몰린 원인 중 하나는 변호사 경력경쟁채용의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까지는 법조 경력 2년 이상을 지원 필수요건으로 뒀지만, 올해부터는 서류전형 우대요건으로 바뀌었다. 서울대 법대 출신 A경감은 “예전에는 사법시험 합격 후 바로 경찰이 될 수 없어 금융권에서 2년 정도 경력을 쌓았다”며 “법조 경력이 필수 지원 요건이 아닌 만큼 앞으로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들의 지원은 더욱 증가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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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담화 및 서명식'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앞줄 왼쪽),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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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경찰의 역할 증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오승한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예전에는 경찰이 검찰보다 아래라는 인식 때문에 변호사 자격을 소지하고도 경찰에 지원하기를 꺼리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위상도 높아지고 경찰의 역할이 늘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출신 경찰들이 경찰청 내에서 중요사건을 직접 수사하거나 대형사건을 다룰 기회가 많아진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3∼5년 차 근무 가능 부서가 경찰청 내 핵심수사 부서인 특수수사과, 지방청 지능범죄수사과 등으로 확대되면서 대형사건을 다룰 기회가 많아진 것이다. 예전에는 변호사들은 경찰임용 후에도 5년간 경찰서 경제팀 등 일선 경찰서 수사부서로 한정돼 중요 사건에서 직접 수사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로스쿨 졸업생들이 진로를 다양화하고 있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로스쿨 설립 이후 매년 2000여명의 변호사가 쏟아져 나오면서 변호사 시장이 포화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한영수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SKY를 제외한 로스쿨 졸업생 중에는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에서 4~5년 경력을 쌓은 후 변호사 개업을 하거나 다른 분야로 옮겨 전문성을 쌓는 경우가 많다”며 “그중 경찰은 변호사 개업 후에도 사건 수임 등에 이로운 직업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선호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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