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 통해 "부대 사랑하는 희생" 당부…800여명 1차 퇴출 대상
취임식서 경례하는 남영신 기무사령관 |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국군기무사령부를 전면적으로 재편하라는 특명을 받은 남영신 기무사령관(학군23기)이 취임함으로써 고강도의 인적 쇄신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새 사령부 창설준비단장직도 겸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남 사령관은, 기무 개혁에 성공한다면 새 사령부의 사령관으로 영전할 가능성이 크다. 인적 쇄신을 포함한 기무사 '해편'(解編·풀어서 엮다)의 성공 여부는 남 사령관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무엇보다 사이버 댓글공작 등 정치 개입, 세월호 민간인 사찰,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 등 기무사 본연의 임무 범위를 벗어난 불법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단죄가 첫 단계 기무개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해편 주문은 물론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기무사의 인적 쇄신을 최우선 과제로 지시했다는 점에서, 남 사령관은 과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돼왔던 기무사의 여타 불법행위를 근절하는 작업도 병행할 전망이다.
남 사령관은 이를 위해 현재 4천200명의 기무사 요원을 전원 원대복귀시키고 나서 철저한 조사를 거쳐 선별 복귀시키는 방법으로 30% 이상을 감축하고 새 인력을 보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작업은 기무사 창설 이후 최초로 감찰실장에 임명될 민간 검사와 함께 진행한다.
비육사 출신인 남 사령관과 검사 검찰실장 체제 아래에서 역할을 나눠 '쌍끌이식' 기무사 개혁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며, 군 안팎에서는 이를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기무사의 기존 체제를 끌어온 핵심 인력이 대체로 육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비육사 출신의 수장 임명은 혁신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남 사령관은 강직한 성품을 지녀 기무사 수술에 적임자라는 평가가 많다.
4일 취임사에서 남 사령관이 "부대원 여러분들의 부대를 사랑하는 희생을 당부한다"고 강조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는 최근 일련의 불법 정치개입과 특권의식에 따른 범죄에 대해 철저한 단죄는 말할 것도 없고, 그 과정에서 단죄 대상자는 아닐지라도 간접적인 피해가 생길 수도 있다고 보고 그와 관련한 양해를 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새로운 기무사' 남영신 기무사령관 취임식 |
국방부 일각에서는 1차로 800여 명의 기무 부대원들의 퇴출을 예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08∼2010년 일명 '스파르타'라는 이름의 조직으로 된 사이버 댓글공작 가담자, 세월호 실종자 가족과 가족대책위원회 동향 등의 사찰을 위한 기무사 태스크포스(TF) 가담 및 관여자,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 TF 책임자나 관여자 등의 규모가 800여 명으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해당자들은 육·해·공군 등 원소속 부대로 복귀해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그에 따른 징계나 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각종 비리 등에 연루됐거나 은퇴를 앞둔 기무요원 등 400여 명이 추가로 퇴출당하거나 명예퇴직 등의 방식으로 30% 이상 감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차 퇴출 대상자들은 검사 감찰실장의 진두지휘 아래 조직 내부 불법·비리 색출작업을 통해 가려진다.
시·도 단위 11곳에 설치된 일명 '60단위' 기무부대가 주요 타깃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르면 6일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새 사령부 창설준비단은 이런 인적청산과 동시에 진행될 조직 재편작업을 바탕으로 새 틀을 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창설준비단은 인적 쇄신 이외에 정치 개입·민간사찰 금지, 특권의식 근절 시스템 마련을 1단계 기무개혁 핵심과제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시스템은 새 사령부령을 비롯한 사무분장표 등에 명확히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송영무 장관은 현 기무체제의 핵심 인력을 솎아내고 수술하는 등 인적 쇄신을 가장 우선하는 1단계 개혁조치로 생각하고 신임 기무사령관에게 관련 지침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보안, 방첩, 사이버방첩, 방산비리 감시 등 업무를 하는 조직으로 바꾸게 될 것"이라며 "새 사령부 창설준비단에서 부대령(사령부령), 업무(사무) 분장표를 만드는 동시에 일탈행위 인원을 빠르게 솎아내는 방식으로 1단계 개혁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남 사령관은 연합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기무사에서) 근무하다가 (야전부대로) 돌아갈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 '순혈주의'로 똘똘 뭉친 기무사의 인사제도를 '순환제도'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인적 쇄신은 기무사 개혁을 위한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남영신 사령관의 역할이 막중해졌다"고 강조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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