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이 최근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받지 못해 대만과 홍콩, 그리스 선사와 총 6척에 대한 건조의향서(LOI)를 잇따라 취소했다.
STX조선 관계자는 5일 "끊임없이 일을 해야 하지만 RG발급이 불투명해 계약 자체가 힘든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RG는 발주처가 조선사에 일감을 맡기고 내는 일종의 계약금(선수금)에 대해 은행이 보증을 서는 것이다. 발주처가 RG 발급을 확인한 후 최종계약에 서명하며 이를 발급받지 못하면 수주계약은 취소된다.
산업은행은 STX조선이 이행 약속 중 '동산 조절'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RG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STX조선 관계자는 "매물을 내놨지만 적절한 가격에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달러 강세로 이익률이 줄면서 산업은행이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TX조선 이외에 다른 중형조선사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국내 중형조선사는 한진·STX·성동·대한·SPP·대선·한국야나세·연수·마스텍·삼강 S&C 등 총 10곳(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 기준)이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이중 올 상반기에 수주 실적이 있는 중형조선사는 대한조선(4척)과 대선조선(2척), STX조선(2척), 삼강 S&C(4척) 등 4곳(총 12척)에 불과하다.
그나마 일부는 RG 문제로 수주 계약이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 사실상 4곳을 제외한 나머지 중형조선사의 경우 원활하게 수주 업무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중형 조선사들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상반기 수주 규모는 27만3000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년 동기대비 23.5% 줄어 들었다. 상반기 수주액도 4억7000만달러로 45% 급감했다.
다만 상반기 수주잔량은 총 50척(93만4000CGT)으로 전분기 대비 2.9% 증가했다. 이에 대해 양종서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수주실적의 뒷받침보다는 건조 부진에 따른 것으로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고 설명했다.
중형조선사와 달리 전체 국내 조선사의 최근 수주 실적(상반기 기준)은 증가 추세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사의 최근 3년간 상반기 수주실적은 2016년 86만CGT(비중 12%)에서 지난해 321만CGT(28%), 올해 496만CGT(40%)로 증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세계 중형 선박 발주 자체가 감소한 면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점차 수주액이 감소하다 보면 규모가 작고 원가절감이 어려운 중형 조선사의 경우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민선 기자 sunnyday@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