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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집에서 "출근""퇴근" 전화로 보고, 경북도 파격 유연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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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 공무원 조직에 파격적 유연근무제 도입
중앙일보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일하는 부모의 육아부담 경감을 위해 첫 3개월간 육아휴직급여를 인상하겠다고 공표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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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경북도청 여성 공무원은 아이를 낳을 경우 1년간 재택 근무를 할 수 있게 된다. 기술직·연구직 공무원은 일주일에 4일만 출근하고 3일은 휴가를 즐길 수 있게 된다.

경북도가 지자체 가운데 이례적으로 파격적인 '유연 근무제'를 도입했다. 일(Work)과 생활(Life)의 밸런스(Balance)를 맞추자는 '워라밸'을 공무원 조직에서 먼저 실현하자는 취지다.

집에서 집으로 출·퇴근하는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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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청 청사의 모습. [사진 경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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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경북도청 공무원은 아이를 낳을 경우 주로 출산휴가 3개월을 이용했다. 이 기간이 끝나고 나면 업무에 복귀해야 해 신생아를 돌보는데 한계가 있었다.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 따로 육아 휴직을 신청해야 했다. 그러나 육아 휴직은 정상 월급을 받는 출산휴가와 달리 기본급의 일부만 지급된다.

경북도가 내달 도입하는 '출산 여성 재택 근무제'는 이같은 고민을 풀어보자는 데서 출발했다. 출산휴가 이후 9개월 간 아이를 돌보며 집에서 근무할 수 있어서다. 오전 9시에 집에서 "저 출근했습니다"라고 부서 상사에게 알린 뒤 업무를 수행하다 오후 6시가 되면 "퇴근합니다"라고 전화로 알리면 일과가 끝난다. 대신 업무 보던 자료는 부서로 넘겨야 한다. 경북도는 집에서 업무 진행, 자료 제출 등이 가능하도록 관공서 행정망을 깔아줄 계획이다. 재택근무지만 휴가 등 정상 출근자에 주어지는 혜택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장경진 경북도청 자치행정국 근무제 담당은 "실·국장이 격려차 재택근무 직원의 집을 방문하는 등 근태를 관리할 계획"이라고 "내달 시행을 앞두고 곧바로 신청 접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월~목 2시간 더 일하면 금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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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외출하고 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인사혁신처, 법제처 등 일부 부처의 경우 ‘가족과 함께하는 날’이라는 이름이 붙은 금요일 조기 퇴근 제도(집단 유연근무제도)가 이번달부터 실시됐다. 현재 일부 부처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는 5월 중 전 부처로 확대 실시될 예정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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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청에서는 이달부터는 금·토·일 3일을 내리 쉬는 근무형태도 등장한다. 농업기술원·동물위생시험소·축산기술연구소·보건환경연구원 등에서 일하는 기술직·연구직들이 대상이다. 이들은 월~목요일 사이 하루 1시간 일찍 출근하고 1시간 늦게 퇴근해, 4일간 8시간을 미리 일해둘 수 있다. 대신 금요일 하루를 쉴 수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도청 전 직원(5500여명)을 대상으로 금요일 정오 퇴근 제도를 시행했는데 별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기술직이나 연구직은 업무가 전문화돼 있어 근무 시간 조정이 더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경북도는 민원실 처럼 대민 업무가 많은 부서는 직원 4분의 1 이상이 금요일 정오 퇴근제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따로 두고 있다.

경북도는 앞서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제를 도입해왔다. 지난 5월부터는 '칼 퇴근 권장 일'이라고 불리는 '가정의 날'을 운영해왔다. 일주일에 수요일·금요일 이틀은 오후 6시 칼 퇴근을 권장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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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유연근무제 종류. [인사혁신처 보도자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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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나 동료 눈치를 보느라 사무실에 남아있지 못하도록 '업무 셧다운' 제도도 도입했다. 매주 금요일 오후 7시에는 사무실 불을 강제로 꺼버리는 방식이다. 불을 끈 이후 시간에는 재난 상황 같은 비상근무를 제외하고는 초과근무도 인정하지 않는다.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조기 퇴근 분위기 조성을 위해 축구·족구·테니스 같은 취미클럽 친선 리그전, 인문학·건강·재테크 등 이색 강좌도 열고 있다. 영화를 보는 날인 '무비 데이'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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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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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청은 출연기관인 경북테크노파크 등 5개 기관에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일주일에 4일 일하고 3일 쉬는 '주 4일 근무 정규직 직원'을 뽑았다. 이들 기관엔 20여명의 주 4일 정규직 직원이 근무 중이다.

경북도청 한 간부는 "워라밸을 강조하는 제도가 도입되면서 퇴근은 당연한 권리라는 생각이 도청에 정착되고 있다"며 "도청 분위기가 일선 시·군청에도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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