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일 오전(현지시각) 싱가포르 시내의 한 호텔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결산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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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5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계기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비공식 접촉에서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정세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을 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싱가포르 현지에서 외교부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한 결산브리핑에서 '리용호 외무상과의 조우에서 종전선언 관련된 대화가 있었냐"는 질문에 이 같이 밝히고 "리 외무상이 공개적으로 발언한 내용을 보시면 어떤 내용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전날(4일) ARF 본회의 연설에서 북측의 선제적 비핵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측이 제재유지를 강조하며 종전선언 문제에 후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6·12 북미 공동성명 모든 조항의 균형적·동시적·단계적 이행을 촉구했다. 리 외무상은 3일 강 장관에게도 이 같은 내용을 밝히며 종전선언 관련 적극적인 중재를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리 외무상과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비공식 접촉이었고 정식 면담도 아닌 상황에서 오고 간 대화 내용을 밝히긴 적절치 않다"며 "짧지만 아주 진솔한 의견 교환이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나 북미대화 진전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강 장관은 "매우 진솔한 분위기에서 서로의 생각을 교환함으로써 남북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기초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며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남북 외교당국 간 실질적 소통과 협력이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이 강 장관에게 '대화에 응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거절의사를 밝힌 데 대해서는 "그쪽 입장을 충분히 존중해드려야 하는 것 같다"며 "(북한은) 기본적으로 외교당국이 나설 때가 아니란 입장이다. 남북 외교당국이 언젠가는 서로 협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밝혔고 언젠간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리 외무상이 매우 진중하고 내공이 깊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4일 오후(현지시간)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마주보며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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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장관은 미측이 리 외무상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답신을 전한 것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과의 협의에서 미측의 사전 설명이 있었다"며 "전달 이후 상황에 대해 북측과 접촉이 있진 않았으나 미측과는 (답신) 전달 이전과 이후에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ARF 기간 미국과 중국이 대북제재를 놓고 입장차를 보인 데 대해 "완전한 비핵화의 확신이 있을 때까진 안보리 제재가 충실히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완전한 비핵화가 어느 시점이 될지는 주요국들의 의견이 모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종전선언 관련 진정상황에 대해서는 "계속 협의를 하고 있다. 처음부터 유연성을 갖고 해나가고 있는데 좀 더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내용이나 특별한 계기에 대해 말씀드릴 단계가 아니다"라며 "미국 중국과 상당한 협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9월 유엔 총회가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겠지만 유엔 총회를 넘어서는 중요한 계기들이 있다"며 "그 전후로 상황에 잘 맞춰서 종전선언을 연내에 이루겠다는 목표는 우리가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고 주요 당사국들도 잘 알고 있어서 목표 달성을 위해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남북 여자농구 단일팀이 출전 예정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도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 장관은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7일 오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국제회의장(PICC)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플레너리 세션(총회)을 마친 뒤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악수를 나누며 웃음짓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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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장관은 이번 ARF 성과에 대해 "지난 5박6일간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와 ARF 외교장관회의 등 5개 다자회의에 참석하고 미중일러 4개국과 아세안 6개국 등 12개 나라와 양자회담을 개최했다"며 "지난 1년간 한반도 정세 변화를 이번 회의를 통해서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세안 관련 참석한 국가들 모두는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 등 현재상황에 대한 우리 정부의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매우 인상깊게 평가했으며 앞으로 든든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란 의사를 밝혔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주도적 핵심적 노력에 대한 주요국과 아세안 국의 지지를 굳건히 하는 유용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통해 한-아세안이 호혜적으로 협력할 방안을 제안해왔는데 이번 회의 참석으로 이런 진정성이 아세안에 전달되고 있으며, 신남방정책에 대한 지지가 확고해지고 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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