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은 최근의 인상 요인들을 반영해 자동차 보험료 인상 시기 및 폭을 검토하고 있다.
손보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자동차 보험료 인하 경쟁으로 보험료 수익이 줄어든데다 올해 초 한파·폭설과 최근의 폭염 등으로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며 “특히 정비요금이 오르면서 자동차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일부 대형 손보사가 9~10월 중 보험료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당국도 보험료 인상 요인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DB |
약 20%가량 오르는 자동차 정비요금이 가장 큰 자동차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손보업계와 정비업계는 지난 6월말 자동차 정비요금 협상을 8년만에 전격 타결했다.
보험개발원 분석에 따르면 정비업체 공임은 평균 2만5100원에서 2만9994원으로 19.5% 오른다. 이에 따라 손보사들이 지급해야 하는 자동차 보험금 지급액이 연간 3142억원 늘고, 2.9% 보험료 인상 요인이 생긴다.
손해보험협회는 약 600개 정비업체의 등급 검증을 이번 주 중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손보사들은 8000여개 정비업체들과 개별적으로 수가 계약을 맺는데 실제 정비요금은 수가 계약 과정에서 협상으로 정한다. 이후 적정 요율이 산출되면 보험개발원의 검증을 마친 후 보험료에 반영된다.
업계 1위 삼성화재를 비롯한 대형 손보사들이 먼저 정비요금 상승을 반영한 자동차 보험료 요율 검증을 보험개발원에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삼성화재가 보험료를 올리면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다른 대형 손보사들과 나머지 중·소형 손보사들이 시차를 두고 보험료를 따라 올린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정비요금 및 최저임금 인상 등 손보업계 전체적으로 제도 변경에 따른 자동차 보험료 인상 요인이 많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 병원비 지급 증가, 손해율 상승 등을 감안하면 자동차 보험료 인상 폭은 적어도 3~4%는 돼야한다는 것이 손보업계 입장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동차 보험 손해율은 82.6%를 기록했다. 2분기 말 손해율 역시 80%대 중반에 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손보업계에선 자동차 보험의 적정 손해율을 78% 수준으로 본다. 또 손해율이 1%포인트 오를 때마다 약 10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한 대형 손보사 분석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으로 일용 임금이 5.6% 오르고, 사고 때 지급되는 소득 보상금(휴업손해, 상실수익액 등)도 늘어나게 된다. 또 올해 7월부터 상급·종합병원 2∼3인실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자동차보험으로 청구되는 병원비가 연간 550억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료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알고 있지만 자동차 정비요금 및 최저임금 인상, 폭설과 폭염 등 보험료 인상 요인이 너무 많다”며 “업계도 소비자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대한 합리적으로 보험료를 책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차 보험료가 물가지수에 포함돼 있다 보니 정부 부처간 입장도 다를 것이고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며 “보험료 인상 요인이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인상 폭이나 시기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승주 기자(s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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