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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르포] 얼죽신 열풍? 서울도 악성 미분양에 시름…"지방은 찬바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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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뷰 신축 하이엔드 단지도 30% 미분양…"시장 위축에 고분양가로 수요자 외면"

소형 아파트 악성 미분양도 적체…"입주 10개월 후에도 70%는 미분양, 실계약률도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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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성내2동 ‘그란츠리버파크’ 공사 현장. [사진=우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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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30%는 미분양 물량으로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하이엔드 단지를 표방해 그만큼 분양가도 상당히 높은 편이었는데 수요가 결국 가격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강동구 그란츠리버파크 분양 관계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의 뇌관으로 꼽히는 ‘악성 미분양’ 물량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번지는 가운데, 최근 시장 경색으로 서울에서도 미분양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수도권 시장 활황을 이끌었던 하이엔드 신축 단지의 ‘불패 공식’마저 흔들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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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성내2동 ‘그란츠리버파크’ 옆 주택전시관. [사진=우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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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방문한 서울 강동구 성내2동 ‘그란츠리버파크’ 공사 현장은 내년 4월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서울 지하철 5·8호선 천호역 6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현장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현장을 출입하는 인부들과 공사장에 진입하는 차량들로 분주했다. 그러나 인근 상가에 입점한 공인중개사무소들은 현장과 달리 조용한 분위기였다. 그나마 가게의 절반은 영업 시간인 오전 10시를 훌쩍 넘겼음에도 아예 문도 열어놓지 않은 상태였다.

공사 현장 바로 옆에 위치한 주택전시관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전시관 전면에는 단지의 미분양 잔여 가구 선착순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내걸려 있었다. 단지는 선착순 분양에 이어 오는 18일부터는 무순위(임의공급) 청약에도 나선다. 그러나 이날 전시관 내부는 비교적 한산함이 감돌고 있었다.

단지에는 강동구 성내 5구역 재개발 사업을 통해 지상 최고 42층, 2개동 총 407가구가 공급된다. 일반 분양 물량은 327가구다. 일부 가구는 한강 조망권을 갖추고 있고, 천호역과 서울 지하철 5호선 강동역 역세권인 만큼 입지 자체는 떨어지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올해 8월 본청약을 시작했음에도 여전히 분양 물량 중 90여가구는 미분양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성내동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16평과 21평 매물은 완판이 됐지만 가격대가 무거운 26평과 36평대 매물은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분양가가 여전히 높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이 많고, 요즘은 규제 영향도 있어 문의 후에도 실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다”고 전했다.

단지는 분양 당시 84㎡ 평형이 최고 19억4900만원을 기록했다. 단지의 3.3㎡(평)당 분양가는 5300만원에 달한다. 동일 평형 ‘래미안강동팰리스’ 등 인근 단지가 14억원 수준에서 실거래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분양가가 실거래가보다 5억원 이상 비싼 가격에 책정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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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길동 에스아이팰리스강동센텀2차. 분양 할인 등을 알리는 글이 내걸려 있다. [사진=우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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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일대 소형 신축 아파트 상당수도 준공 이후로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5호선 길동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한 ‘에스아이팰리스강동센텀 2차’에는 분양 상담 정보와 '파격 인하' 등 입주 혜택을 알리는 전단지와 홍보 문구가 요란스레 부착돼 있었다. 그러나 입주 가구 수 자체가 많지 않아 내부는 준공 후 모습 그대로인 경우가 많았다. 일부 상가 역시 상당수는 공실로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에스아이팰리스강동센텀2차의 경우, 올해 1월 입주를 시작했음에도 여전히 70%의 물량은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길동역 인근의 B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2차는 현재 분양가 대비 15~20% 정도 가격이 낮아졌음에도 100여가구 중 30%만 나가고 70여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며 “비교적 큰 단지들은 그래도 소형 면적 위주로 나갔지만 해당 단지는 최대 평형이 20평 수준이라 수요층이 제한적이다.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다 보니 분양가도 저렴하다고는 보기 어려워 매물이 다 빠지는 데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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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길동 에스아이팰리스강동센텀1차. 파격 할인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우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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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서울 미분양 주택은 969가구다. 강동구에는 에스아이팰리스강동센텀 1·2차(각각 62가구·75가구) 외에 △강동중앙하이츠시티(32가구) △길동경지아리움(32가구) 등 309가구가 미분양 물량으로 남아 있어 자치구 중에서도 가장 많은 미분양 물량이 몰려 있다. 그란츠리버파크 등은 집계에서 제외돼 있고, 내년 2월 입주 예정인 천호역 마에스트로(58가구)도 물량이 나가지 않고 있어 향후 강동구 전체 미분양과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 통계를 보면 지난 9월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6776가구로, 전월(6만7550가구) 대비 1% 소폭 줄었다. 반면 지난 9월 기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7262가구로, 2020년 8월 이후 4년 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방이 전월 대비 5.4%로 늘었고, 수도권(서울·인천·경기)도 2.3%나 증가해 지방과 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악성 미분양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상황이다.

준공 후 미분양은 건설사가 분양 대금을 적기에 회수할 수 없어 건설업계 자금 경색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기관에서 대출한 PF 자금 상환이 연체되면 건설사는 물론 지역 하청업체까지 줄도산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계약률과 분양률이 최근 크게 떨어지고 있는 점도 이런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3분기 수도권 아파트 초기 분양률은 전 분기 대비 2.4%포인트 하락한 70%를 기록했다. 특히 전년 동기간과 비교하면 18.7%p나 떨어졌다. 초기 분양률은 분양 후 3개월 초과~6개월 이하 민간아파트의 총 분양 가구 수 대비 실제 계약 체결 가구 수의 비율을 뜻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지주가 땅을 출자하는 지주공동사업의 경우 금융 비용 리스크와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이를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현실적으로 PF 위축 상황에서 토지주들이 리스크를 안고 출자 등에 참여하는 것보다 매매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매입에 나서게 된다. 향후 사업 기간 단축과 금융 조달 비용 감소 측면에서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우주성 기자 wjs89@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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