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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보험사 의료자문제도, 보험금 지급거절·삭감 수단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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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 의료자문 운용실태·개선방안 보고서

"객관성·공정성 지적…공정한 의료자문체계 정립해야"

뉴스1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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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현 기자 = 최근 소비자와 보험회사들간 의료자문을 둘러싼 갈등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이 의료자문제도를 보험금 지급을 거절·삭감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창호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경제산업조사실 금융공정거래팀)은 5일 '보험사 의료자문제도의 운용실태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최근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경우’와 같이 보험상품에서 의학적 판단과 관련해 소비자와 보험사간 의료자문에 대한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자문이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피보험자(소비자)의 질환에 대해 전문의의 소견을 묻는 것을 말한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16년 1월~9월까지 피해구제로 접수된 1018건을 분석한 결과, '보험금 지급' 관련 사건 611건 중 20.3%(124건)는 환자 주치의 진단과 다른 보험사 자체 의료 자문 결과를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일부만 지급한 경우였다. 지급이 거절된 보험금은 '진단급여금'이 32.3%(40건)로 가장 많았고, '장해급여금' 25%(31건), '입원급여금' 24.2%(30건)의 순이었다. 보험사가 의뢰한 의료자문 대상 질병은 '암'이 22.6%(28건)로 가장 많았고, 이어 '뇌경색' 13.7%(17건), '골절' 12.9%(16건) 등이었다.

김 조사관은 보험사 의료자문제도의 문제점으로 Δ과도한 의료자문 실시 Δ설명없이 진행되는 의료자문 동의절차 Δ의료자문의 객관성 및 공정성 미흡 Δ의료자문기관(자문의) 선정 및 자문결과에 대한 정보 비공개 등을 꼽았다.

김 조사관은 "현재 보험사는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서 정한 '보험사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사항'에 국한하지 않고 폭넓게 의료자문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며, 소비자가 제출한 진단서 등에 대해 객관적인 반증자료 없이 보험회사 자문의 소견만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삭감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험사들이 특정 의료기관에 과반 이상 편중된 의료자문을 의뢰해 일감몰아주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도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의 의료자문 건수는 Δ2014년 5만4399건 Δ2015년 6만6373건 Δ2016년 8만3580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며, 자문을 의뢰한 건 중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는 약 60% 수준에 달한다.

김 조사관은 또 "보험사가 내부적인 의료자문 절차를 진행한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설명하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관행임에도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보험계약자 또한 그 내용을 모두 읽어보고 동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통상 보험계약자는 피보험자의 사망·장애 등으로 인한 보험사고 시 '의료법'에서 정한 병원(주치료병원)에서 발급한 진단서를 첨부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지만, 보험사 자문의는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았음에도 진단서나 이와 유사한 소견서 등을 작성하고 보험사가 이를 근거로 보험금을 지급거부하거나 삭감해 지급하는 행위는 공정성이나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 조사관은 "보험사가 의료자문 후 자문결과를 토대로 보험금 감액 또는 면책의 근거로 삼으면서도 그 결과를 피보험자에게 서면으로 회신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피보험자의 강력한 요구나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에 한해 자문병원이나 자문의를 비공개한 상태에서 의료자문 회신내용만을 공개하는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Δ피보험자의 주치료병원 주치의가 의학적 근거에 기초해 작성하거나 발행한 진단서에 대해선 명백한 반증자료가 없는 한 보험사가 추가로 의료자문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등 의료자문 요건의 정비 및 강화 Δ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에게 사전 설명 후 동의하는 절차 마련 등 의료자문 동의절차 관련 설명의무 강화 Δ각종 사고와 질병, 장애 등 생명과 손해보험 전반에 대한 의료적 판단 및 의료감정을 의뢰할 수 있는 공적인 의료자문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의료자문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제고 Δ자문의 및 자문기관 정보공개 등을 제시했다.

김 조사관은 "의료자문 결과에 따라 최소 수십만 원에서 수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근거가 되는 보험사 의료자문제도는 환자를 직접 보지 않은 상태에서의 자문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객관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제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구체적이고 정교한 의료자문체계를 확립하는 것만이 보험소비자와 보험사업자의 상호신뢰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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