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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국정농단에서 사법농단까지…법원·검찰 '영장 충돌사(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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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수사부터 '공개적' 반박·재반박

처음엔 "견해 차이 있어" 아쉬움 표시 정도

"비상식" "근거 없어" 수위 점점 거세져

사법농단 압수수색 '제식구 감싸기' 논란

법조계 "법원, 일부만 내준 이유 설명해야"

뉴시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검찰이 일제 강제 징용 재판 거래 의혹 등과 관련해 외교부를 압수수색한 가운데 지난 2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청사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관련 문건 등을 압수해 외교청사를 나서고 있다. 2018.08.02. park769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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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국정농단 사태부터 본격 시작된 법원과 검찰의 '영장 충돌'이 사법농단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정농단 수사 땐 증거·법리에 대한 양측 간의 판단과 해석 다툼이었다면, 사법농단 국면에서는 법원의 '제식구 감싸기' 논란까지 생기며 갈등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에둘러 유감 전달→대놓고 의혹 제기 '격화'

법조계 내부 갈등 정도로 발생하던 법원·검찰 영장 충돌이 대중적 도마 위에 오른 건 국정농단 수사, 그 중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박영수 특검팀은 지난해 1월 최순실(62)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 등을 받은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당시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뇌물범죄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등에 비춰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시민단체 등 사회 각계에서 거센 비판이 나왔지만, 특검은 "법원과 특검이 피의사실에 대한 법적 평가에 있어 견해 차이가 있다고 판단된다. 매우 유감이지만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최대한 순화된 어조로 아쉬움을 전했다.

같은 해 2월 '법꾸라지'라는 별명까지 생겼던 우병우(51) 전 청와대 민정수석 구속영장 구속영장 기각 때도 마찬가지였다.

특검은 "법원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법리적 판단이 특검과 달랐다"고 말했다. 오히려 "청와대 압수수색이 가능했으면 우 전 수석 혐의 입증이 쉬웠을 것"이라며 검찰이 아닌 당시 수사 협조를 거부한 청와대를 향해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아쉬움을 표시하는 정도였던 영장 갈등은 김관진(69) 전 국방부 장관을 기점으로 격화세를 보였다.

검찰은 올해 3월 군 댓글공작 수사 축소, 세월호 관련 위기지침 수정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장관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영장판사의 결정은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사안의 진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결정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사실상 폄훼의 성격까지 띈 내용이었다.

4개월 전 법원이 김 전 장관을 구속적부심으로 풀어준 후, 검찰이 보강수사 끝에 군 댓글수사 축소라는 새로운 혐의를 확보해 재청구한 구속영장이었다는 점에서 분노는 더했다.

지난 7월 이채필(62) 전 고용노동부 장관 영장이 기각됐을 때 검찰은 배경 의혹까지 제기하며 수위를 높였다. 이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3억원을 지원받고 제3노총인 국민노총 설립을 지원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다른 기준과 의도가 의심된다"며 반발했고, 법원은 이에 "영장에 대한 불만과 근거 없는 추측을 밝히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심히 유감스럽다"고 맞받았다.

뉴시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 2018.07.25. amin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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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 더 쏠려가는 의혹의 눈길

헌법상 기본권과 직결되는 구속영장은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최근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된 압수수색 영장 갈등은 법원 책임이 더 크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목소리다.

마치 선심 베풀 듯 청구 대상 중 가장 '하급자'나 '외부기관'에 대한 영장만 발부해주면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그런데 법원은 임 전 차장에 대한 영장만 발부했다. 같은 달 25일에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은 지난달 31일에도 사법농단 의혹 중 '일제기업 상대 강제징용 피해자들 민사소송 불법 개입' 등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실, 전현직 판사들, 외교부 관련 부서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다음날 외교부에 대한 영장만 발부했다.

법원은 검찰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다른 사건 기준과 차이가 너무 크다"고 하자 2일 언론에 입장문을 보내 "법원 구성원이라고 해서 예외적으로 취급할 이유가 없다. 요건이 갖춰지면 영장이 발부돼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정작 행정처 등과 외교부의 차이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오히려 "법원 말대로라면 참고인에 불과한 외교부 관계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나올 리 없다. 이 사건에서 혐의자는 문건을 작성한 법원 관계자들이고 외교부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참고인"이라는 검찰의 재반박이 합리적으로 읽힐 정도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자신의 수사 편의를 위해 압수수색을 남용하는 경우가 있는 건 사실이고, 심사를 하는 법원 입장에서 그 부분을 경계하며 엄격히 바라봐야 하는 건 맞다"면서 "하지만 극히 일부만 허락하면서 기각된 쪽과의 다른 점을 설명하지 못하면 오해를 사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법원은 지난 3일 양 전 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일하며 판사 동향을 파악하고 재판 관련 문건을 작성하는 등의 의혹을 받는 창원지법 마산지원 김모 부장판사 사무실과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발부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와 관련해 현직 부장 판사를 상대로 한 압수수색은 이날이 처음이다.

af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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