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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케미포비아' 뿌리는 모기약은 졌다…모기도 전자제품으로 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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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퇴치 전자제품 매출 급증…스프레이 살충제 등은 마이너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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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4살 딸 아이를 둔 주부 이모씨는 얼마전 한 중소기업에서 생산한 모기 퇴치 전자등을 구입했다. 이 씨는 "내가 어렸을 땐 에프킬라를 뿌렸지만 아이 살에 닿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걱정됐다"며 "그렇다고 모기한테 물리게 놔둘수도 없어 냄새도 없고 인체에 해가 없는 제품을 찾다보니 전자제품을 사게 됐다"고 말했다.

뿌리는 모기약 시대가 저물고 있다. 대신 전기나 빛과 바람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모기를 잡는 전자 제품들이 대체재로 급부상했다. 건강을 걱정하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화학물질을 기피하는 '케미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 현상까지 나타나며 친환경적 해충 퇴치법이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1일 부터 지난달 25일까지 이마트에서 모기를 쫓아내거나 죽이는 모기 퇴치 용품 관련 전자제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4% 신장했다. 전류가 흐르는 라켓 모양의 채집판을 사용해 해충을 잡는 '해충 킬러'류 상품을 비롯해 LED 전구를 사용해 모기를 유인하거나 강력한 팬을 돌려 모기를 빨아들여 잡는 제품 등 비화학적 방법을 사용한 제품이 인기다.

전원을 꽂아 실내에서 모기를 포집하는 전자제품들도 '완판' 행렬이다. 전자식 모기 포집기(퇴치기) 제품 중 일부 모델은 준비 수량 1200대 전량이 판매되며 6월부터 품절 상태다. 나머지 상품들 역시 빠른 속도로 팔려나가는 추세다. 판매가 몰리는 7월 말 현재 기준으로 작년 연간 판매량의 80%가량이 팔려나갔다. 양승관 이마트 계절가전 바이어는 "어린이나 영유아를 둔 가정 및 식당, 사무실 공간 등 공용 시설에서도 화학약품에 대한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어 앞으로 새로운 계절 가전제품으로 성장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존의 스프레이형 살충제나 훈증기용 모기약 매출은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 중이다. 수요가 몰리는 6월1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12.4%나 줄었다. 모기가 기피하는 성분을 공기 중에 확산시켜 모기를 쫓는 원리의 모기약 매출 부진의 원인으로 화학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감소했다는 점 외에도 모기의 출현 빈도 감소도 요인으로 꼽혔다. 실제 연일 반복되는 기록적 무더위에 모기마저 자취를 감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 모기감시자료에 따르면 7월 첫째 주부터 셋째 주까지 서울시가 시내 곳곳에 설치한 60개 유문등(푸른 빛으로 모기를 유인하는 등)에서 잡힌 모기 개체 수는 총 708마리로 조사됐다. 작년 같은 기간 (1398 마리)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변온동물인 모기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온도는 27도 안팎으로, 30도 이상으로 높아지면 여름잠에 빠져 모기의 활동성이 줄어든다.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연일 지속되자 모기의 활동성이 떨어졌고 생활에서 모기로 인한 불편이 다소 줄어들면서 여름철 단골 상품인 모기약 매출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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