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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서열과 학력차별이 없고 누구나 원하는 만큼 교육받을 수 있는 나라,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나라, 인터넷 접속이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나라,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나라. 토머스 모어는 고작 하루 노동시간을 여섯 시간으로 줄여놓고 그 섬을 존재하지 않는 섬 유토피아라 불렀지만 나는 그보다 더 거창한 꿈을 꾸지만 단지 꿈이라 여기지 않고 있다."
한때 많은 이들이 열광했던 선거 슬로건 '저녁이 있는 삶'. 이 말도 좋았지만 그보다 더 앞서 알았고 더 오래 마음에 남았던 슬로건이 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나라'.
계급투쟁과 혁명을 외치고 머리띠 두르고 파업현장에만 다닐 것 같지만, '내 곁의 유령' 같은 청소노동자를 비롯해 여성, 비정규직, 장애인, 성소수자, 외국인 노동자, 이 사회의 약자로 불릴 만한 이들에게 두루 관심을 갖고 특유의 유머와 끈기로 진보의 외연을 확장하려 노력했던 그. 이번 주 북적북적의 선택은 2010년 초 발간된 노회찬 대담집 [진보의 재탄생]입니다.
이 대담이 진행된 시점은 2009년입니다. 진보정당의 의회 진출 이후 4년 만에 당은 깨지고 당의 대표 정치인인 노회찬 의원은 당시 한나라당 홍정욱 후보에게 패합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섰고 진보정당의 앞날은 잘 보이지 않을 때, 진보의 미래를 모색하는 이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눕니다. 김어준, 변영주, 진중권, 김정진, 홍기빈, 한윤형, 홍세화, 그리고 우석훈.(책에 실린 순) 그런데 왜 노회찬이었을까요.
"어느 날 나훈아가 인터뷰한 걸 봤어요. 그걸 보고 느낀 게, 산봉우리라는 게 어느 하나라도 정상에 오르면 다 보이는구나.... 노래만 한 사람이지만, 노래를 통해서 세상의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스스로 정리를 해내고 있구나,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저는 진보가 진보답지 않으면 보수를 이길 수 없다고 봐요. 자기가 지향하는 가치가 진보라는 이유로 자신의 모든 것이 다 합리화될 순 없는 것이고, 끊임없이 진보는 진보적인 방식으로 풀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오히려 바깥에서 진보세력을 볼 때 편협해 보이는 것이 현실이고 이것이 전혀 근거가 없는 건 아니라는 것이죠."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처럼 옆 동네가 괜찮아야 그 옆집도 괜찮다는 거예요. 그 나라의 진보는 그 나라 보수의 투사체이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라고 볼 수 있어요. 3류 보수 옆에 1류 진보가 있기 힘들어요."
"우리는 진보를 파는 건데, 혹은 넓히려는 건데 정작 수용자들은 생각하지 않고, 물어보지도 않고, 알려고도 하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해놓고 이렇게 좋은 초콜릿을 왜 안 먹지? 아직 멀었구나, 생각해 버린다는 겁니다. "
"진보가 별 것이던가? 구석기시대에 돌을 깎고 갈아서 연장으로 쓰면 그것이 진보 아니었던가? 신분계급이 엄격했던 고려 중기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냐며 계급을 타파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 했던 만적의 꿈은 바로 진보가 아니었나?... 함께 꿈을 꾸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꿈은 현실이 된다."
7월 23일 이후 마음이 참 헛헛했습니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노회찬 의원은 저에게 아이돌 같은 정치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장례식장에 다녀온 한 기자는 "대통령이 보낸 조화도 있고, 국회의원도 있고, 기업인도 있고, 청소부도 있고, 장애인도 있고. 노인도 있고, 어린아이도 있고... 이런 장례식은 처음 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는데 SNS엔 한동안 고인과의 인연과 에피소드를 회상하는 포스팅이 넘쳐났습니다. 이토록 다양한 이들이 저마다의 인연을 떠올리며 추모하는 모습도 처음 봤습니다. 고인의 영면을 바랍니다.
*출판사 뚜리에북스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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