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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불안한 증권株...7월 순익 급감에 3분기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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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2분기 호실적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무역분쟁 여파로 증시가 일제히 조정을 받으면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자기매매 등 사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7월 한 달간의 성적표를 받아든 증권사들은 충격에 빠져있다. 3분기를 기점으로 증권사들의 어닝 쇼크가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7월 말 이후 증시 거래대금이 반토막이 난 것이 우려감을 대폭 키웠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증권업종 수익률은 마이너스(-) 6.3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1.33%) 전반이 조정을 받았지만, 다른 업종 대비 증권업종 투자심리는 더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증권업종 지수는 지난 1월 말 고점을 찍은 후 최근 25%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증권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의 원인으로는 △주식시장 급락 △개인거래 감소에 따른 거래대금 급감 △홍콩H지수 급락에 따른 ELS 손실 확대 등이 꼽힌다.

◇ 7월 이후 거래대금 급감...브로커리지 수익 ‘뚝’

상반기까지만 해도 증권사 실적을 견인했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가 지난 7월 들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 우려와 달러화 강세 등으로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개인 투자자의 매매가 줄었고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자금 유출로 이어진 영향이다.

7월 일 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9조원(코스피 5조5000억원·코스닥 3조4000억원) 수준으로 올해 들어 처음으로 1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전달 대비 27% 줄었고, 올 상반기 평균 13조8000억원 대비 35% 감소했다. 최근 2주간은 8조원 대로 꺾였고, 지난 3일에는 6조9822억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다시 썼다.

조선비즈

일러스트=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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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은 대형사를 중심으로 수익 다각화가 이뤄지고 있으나, 여전히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이 전체의 20~50% 수준에 이른다. 거래대금 감소가 실적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무역분쟁, 달러 강세 등 예측 불가의 대외 변수가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하반기에도 이를 회복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남석·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유인할만한 모멘텀이 제한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로서 단기간 내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 ELS 등 파생 손실 타격 전망

증권사들이 자기자본과 투자자 자금을 굴려 수익을 내는 ‘자기매매’ 상황도 녹록지 않다.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 전반이 조정되면서 파생상품에서의 손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ELS(주가연계증권) 발행액은 4조6455억원으로 상반기 월 평균 7조3207억원 대비 36%가 줄었다. 지난달 ELS 조기상환 규모는 1조7009억원으로 상반기 월 평균 5조1465억원 대비 5분의 1토막이 났다. 증권사들은 ELS 판매 수수료와 함께 만기 전 주가 상승으로 조기상환이 발생할 경우 이익을 거둔다. 올해 상반기 ELS 발행 규모는 48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 증권사 실적을 끌어올리는데 일조했으나 하반기 들어서는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유력해지면서 증권사들의 채권 운용 및 평가수익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국내 증권사들은 헤지 운용과 저금리 기조 속 자기매매 이익 증대를 위해 채권운용규모를 꾸준히 확대해왔다. 국내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 규모는 지난 3월말 기준 179조8000억원으로 2011년 103조원 대비 74.5% 증가했으며 총자산의 44.7%를 차지한다.

◇ 증권株, 하반기 투자는 신중해야...옥석가리기 중요

전문가들은 하반기 증권사들의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무역분쟁 우려와 달러 강세 등 대외 리스크가 해소될 경우 실적 악화폭이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업종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과 함께 사업 다각화가 잘 이뤄진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회사별 실적 격차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업종 전반적으로 무차별적으로 실적 개선이 이루어졌다면, 하반기에는 사업다각화, 리테일 의존도, IB(투자은행) 역량, 리스크관리 등에 따라 회사별 어닝파워의 차별화는 확연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IB(투자은행) 사업부문이 잘 구축돼 충격을 완화해줄 수 있는 증권사를 추천했다. 그는 “IB부문에서 지속적인 성장과 더불어 발행어음 및 신용공여한도 확대 등으로 신규사업 진행에 따른 추가이익 확보가 기대되고, (코스닥시장 활성화 등) 정부 정책 수혜는 장기적으로 실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발행어음을 통한 성장이 기대되는 한국금융지주(071050), NH투자증권(005940)을 추천했다.

영업정지 처분 등 악재가 많았던 삼성증권(016360)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이남석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은 자기자본투자를 병행한 신규 IB사업과 인프라 상품 공급 확대 등 고수익 사업 비중 확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경쟁사 대비 낮은 ROE(영업이익률)로 인해 주가 흐름 측면에서 업종 대비 초과수익률을 달성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의견 ‘보류’를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영업제재로 인해 2년간 신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는 점이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유정 기자(ky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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