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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빨간날]'먹어서 찐다'?…가난해서 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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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남궁민 기자] [편집자주] 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비만의 사회학-①]비만은 자기관리 실패? 소득 낮을수록 비만율↑…"비만은 사회문제, 인식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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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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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23.6% vs. 강원 철원군 40%. 지역과 소득에 따라 비만율에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은 단지 자기관리의 문제로 여기던 시각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7 비만백서’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성인 비만율(체질량지수 25 이상)은 28.6%였다. 정부는 현재 5% 내외인 고도비만율(체질량지수 30~35)이 2030년이 되면 9%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소득·농촌 비만율↑…'비만의 대물림'도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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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비만율은 소득이 낮을수록 높이지는 경향을 보였다. 소득과 재산을 반영한 건강보험료 분위와 비만율을 대조해 보면,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1분위의 고도비만율(BMI 30∼35)은 5.12%로 전체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고소득층에 속하는 19분위는 3.93%를 기록해 가장 낮았다. 초고도비만율(체질량지수 35 이상)도 1분위가 가장 높았으며, 20분위로 갈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비만율은 지역에 따라서도 큰 편차를 보였다. 전반적으로 평균 소득이 높은 도시 지역이 낮은 비만율을 보였고, 농촌지역은 비만율 상위권을 차지했다. 2016년 기준 비만율이 가장 낮은 기초단체는 △서울시 강남구(23.6%) △서울시 서초구(23.7%) △경기 성남시 분당구(24.4%)가 차지한 반면 가장 높은 곳으로는 △강원 철원군 (40%) △강원 인제군 (39.3%) △인천시 옹진군 (39.1%)이 꼽혔다.

비만율은 한 도시 안에서도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가 나란히 최저 비만율을 기록한 반면 상대적으로 평균 소득이 낮은 금천구(29.2%), 강북구(28.3%), 중랑구(28.2%)는 비만율 상위권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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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경제적 격차가 만들어낸 식단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강재헌 백병원 교수는 "영양이 많고 열량은 낮은 건강한 식품은 정크푸드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며 "식비에 여유가 없는 계층은 불균형한 식사를 하기 쉽고, 자연스레 높은 비만율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한 운동에 드는 비용과 시간적 여유가 없는 저소득층의 운동 부족도 비만을 부추긴다고 덧붙였다.

'비만의 대물림'도 계층간 비만율 양극화를 강화한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부모가 모두 비만인 자녀의 비만율은 14.4%로 부모가 모두 비만이 아닌 자녀(3.16%)의 4.55배에 달했다. 비만도 자식에게 대물림되는 셈이다. 강재헌 교수는 "자녀는 부모의 식습관 등 생활습관 전반을 공유하기 때문에 영향을 받기 쉽다"면서 "비만이 될 경우 의료비가 높아지고, 경제활동에도 지장을 받기 때문에 저소득층을 빈곤의 악순환에 빠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만=개인 문제' 인식 바꿔야…저소득층·아동 대책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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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이 단순한 건강 문제를 넘어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계층 양극화를 일으킨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달 25일 발표한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한 정부는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2015년 기준 9.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심각성을 분석했다. 특히 정부는 저소득층과 아동·청소년에 대한 비만 예방을 집중해 각종 예방·검진·치료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비만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강재헌 교수는 "지금까진 비만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자기관리 실패로만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며 "비만은 사회경제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치는 질병이라고 볼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선진국의 사례를 들어 비만세(Fat tax. 포화지방 함량이나 설탕 함량이 높은 식품에 부과하는 세금)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비만을 유발하는 식품을 담배·술 같이 해악이 큰 제품으로 간주해 소비를 억제하는 정책이다. 2011년 덴마크가 세계 최초로 포화지방에 세금을 부과하는 비만세를 도입했고, 미국 캘리포니아, 영국, 인도, 헝가리 등에서도 비만세를 도입했다. 다만 비만세는 이번에 발표된 종합대책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저소득층이 주로 소비하는 식품에 부과되는 세금이기 때문에 계층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비만세를 통해 걷은 세금을 저소득층이 더 영양가 높은 식품을 구입하고, 비만을 치료하는데 쓰지 않을 경우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세계 최초로 비만세를 도입했던 덴마크는 식품 물가 상승 등 부작용이 커지자 시행 1년 만에 철회했다.



남궁민 기자 serendip15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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