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해방군의 훈련 모습. 중국 국방부망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국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회원국들에게 외부세력 배제를 주장하며 남중국해에서의 연례 군사훈련 실시를 제안했다. 미국으로부터 환태평양(림팩)훈련 참가를 거부당하자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이에 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중국과 거리를 두고 있는 말레이시아를 방문하는 등 중국 견제에 본격 나섰다.
3일 AFP통신은 자체 입수한 남중국해 행동준칙(COC) 초안을 인용해 중국이 10개 아세안 회원국과 영유권 분쟁수역인 남중국해에서 공동 군사훈련을 매년 정례적으로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특히 연례 합동군사훈련과 관련해 ‘외부세력을 배제해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항행의 자유’를 명분으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을 전면 부정하고 있는 미국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중화권 매체들은 오는 10월께 중국에서 1차 도상(圖上)훈련을 실시하고 이어 11월이나 12월에 필리핀 해상에서 야전훈련이 실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호앙 티 하 연구원은 “역외국가 배제는 서태평양과 남중국해 수역을 지배해온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중국이 아세안에 군사훈련을 제안한 것은 양측 간 협력관계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으니 외부세력은 남중국해 이슈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은 군사훈련 외에도 아세안에 남중국해 석유와 가스 등에 대한 공동탐사를 제안했는데 마찬가지로 역외국가에 속한 기업 배제를 주장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아세안-중국 외무장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 아세안의 관계는 양적인 측면을 넘어 질적으로도 도약했다”면서 “외부세력의 방해가 없다면 COC 협상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날 아세안-중국 외무장관 회의에선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베트남 등 일부 아세안 회원국이 중국의 인공섬 구축 및 군사기지화에 강력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싱가포르 ARF 참석차 동남아시아 순방에 나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첫 순방국 말레이시아에 도착해 친중노선에서 탈피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를 만나 양국관계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현지 외교가에선 폼페이오 장관이 동남아 순방의 첫 방문국으로 말레이시아를 선택한 이유를 중국에 대한 견제로 해석했다. 5월 총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룬 마하티르 총리는 친중 성향의 전 정권과 달리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구상의 핵심사업 중 하나인 동부해안철도(ECRL) 등 중국 주도로 진행돼온 대형 인프라 사업들을 중단시켰다.
중국은 이달 중순께 마하티르 총리를 초청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회담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이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자 지난달 말 인도ㆍ태평양 지역에 1억1,300만달러(약 1,270억원)를 투입하는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맞불 놓기에 들어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동남아 순방에서 새로운 역내 안전보장 및 원조 정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