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폐업(사진 : 아시아경제) |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 서울 중구에서 9년째 작은 커피숍을 운영 중인 L씨는 매장을 낸 뒤로 올해가 가장 힘들다. 근처에 커피숍들이 생기면서 매출이 줄어든데다 근로시간 단축과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 등 영업에 부정적인 정부정책이 잇따라 시행됐기 때문이다. 경기가 위축되면서 사람들이 소비를 줄인 영향도 받았다. 매출이 줄면서 본인 씀씀이도 줄였다. L씨는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정부에서는 자영업자를 힘들게 하는 정책만 내놓으니 우리같은 작은 업체는 갈수록 어려워진다"며 "매출이 줄어서 나도 휴가나 외식 등 여가를 즐길 여유가 갈수록 줄어든다"고 말했다.
경기가 위축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소비심리도 크게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봉급생활자에 비해 자영업자의 소비심리가 더 부진해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2일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자의 소비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96으로 지난해 3월 이후 1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지출전망 CSI는 현재를 기준으로 6개월 후의 소비지출 전망을 나타낸다. 장기평균치를 기준값 100으로 삼고 이보다 숫자가 작으면 소비에 부정적으로 응답한 가구수가 긍정적으로 응답한 가구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자영업자들은 문화생활과 외식비 등의 지출에 가장 부정적이었다. 7월 교양·오락·문화생활CSI는 82로 지난해 2월 81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았다. 외식비 지출전망CSI와 내구재 지출전망CSI도 84로 둘다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부정적이었다.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영업자들이 외식이나 문화생활을 줄이고 자동차, 컴퓨터 등 가격이 비싼 내구재 소비도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제위기(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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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급생활자와의 소비심리 격차도 벌어졌다. 지난달 봉급생활자의 소비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09로 자영업자와의 격차는 13포인트였다. 이는 지난 3월 이후 4개월 만에 최대다.
지난달 한은의 소비자동향조사는 전국 도시의 2200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중에 봉급생활자는 약 절반이고 나머지는 자영업자나 무직 등의 기타로 분류된다. 임금이 일정한 봉급생활자에 비해 수입이 불규칙한 자영업자가 느끼는 경제 위기감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올해는 특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제 불안 등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올해 최저임금을 지난해에 비해 16.4% 인상한데 이어 내년 최저임금도 올해에 비해 10.9% 인상하기로 했다.
경제성장률이 2~3%에 머물고 있는데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하면서 부작용이 자영업자들에게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정부가 지난달부터 시작한 근로시간 단축제도도 자영업 매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자영업자들은 소득 감소에 대한 우려도 컸다. 7월 가계수입전망 CSI를 보면 자영업자는 91로 지난 4월 대비 8포인트나 하락한 반면 봉급생활자는 같은 기간 104에서 102로 2포인트 내려가는데 그쳤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무역전쟁 확산과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올해는 전체적으로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했다"며 "소비자들의 경기에 대한 판단이 나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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