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보 등 SNS 통한 폭로 이어져… 언론계-학계-재계 등으로 급속 확산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만 10명 남짓
中당국 검열조치… 연관 검색어 차단
미투 운동은 주로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와 위챗(중국 대표 메신저)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성명을 밝히지 않은 여성 A 씨(23)는 웨이보를 통해 “2015년 공익활동 중 레이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중국 내 B형 간염 보유자에 대한 차별 대우 철폐 운동을 벌였던 레이 씨는 ‘B형 간염 투사’로 불렸던 인물이다. 중국 환경운동을 대표하는 인물인 핑융펑(馮永鋒), 커뮤니케이션 민주화 운동을 펼친 위안톈펑(袁天鵬) 씨 등도 미투 운동의 대상이 됐다.
미투 움직임은 언론계와 학계, 재계 등으로 확산됐다. 언론인 장원(章文·44) 씨로부터 5월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 여성의 글이 25일 위챗에 올라왔다. 곧이어 작가 장팡저우 씨도 과거에 장 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미투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중앙(CC)TV 인턴 시절 유명 사회자인 주쥔(朱軍·54) 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글까지 올라와 파장은 커졌다. 주 씨는 CCTV 설 특집 프로그램 춘완(春晩)의 사회를 맡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피해 여성은 당시 공안(중국 경찰)에 신고했지만 공안은 도리어 “주쥔이 춘완 사회자로서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생각해 사건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신고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신푸교육그룹 신리젠(信力建·62) 회장, 작가 장츠(張弛·58), 언론인 쑨몐(孫冕·65) 씨 등도 미투 운동이 재점화된 이후 가해자로 지목됐다.
중국 내 미투 운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있는 베이징 항공대 출신 뤄첸첸(羅茜茜) 박사는 대학시절 지도교수로부터 당한 성폭행 사실을 올해 초 웨이보를 통해 폭로했다. 폭로 대상자였던 천샤오우(陳小武·46) 교수는 추가 폭로까지 나오면서 결국 파면을 당했다. 하지만 대학가와 학계로 확산되던 중국 내 미투 운동은 중국 정부의 검열 등으로 수그러들었다.
이번에도 중국 정부 당국이 검열을 통해 재점화한 미투 운동의 확산을 억누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와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RFI) 등 외신은 “미투 운동의 전파를 제한하려는 중국 정부는 이미 검열에 나섰다”며 “여성들의 폭로가 시작된 뒤 ‘#Me too’ 해시태그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금지하고 일부 게시물을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관련 보도는 다소 줄었지만 위챗, 웨이보 등 SNS에는 미투 운동 관련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온라인에선 미투 운동에 동참한 피해 여성들의 폭로에 대해 용감한 행동이라는 응원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유명해지기 위한 것 아니냐’ ‘양손이 마주 쳐야 소리가 난다’ 등 미투 운동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적지 않아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권오혁 특파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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