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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주말 아침 강연에 천명 몰려"···'미투' 6개월, 달라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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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장미는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인 '미투'를 상징한다. 사진은 지난 2월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는 시민단체 회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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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서지현 검사의 성폭력 고발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촉발된 지 6개월여가 지났다. 적지 않은 이들이 용기를 내어 미투 운동에 동참했고, 공기처럼 한국사회 전방위에 퍼져 있던 폭력적 문화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미투 운동의 의미를 왜곡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한 성인영화는 미투 운동이 음해성 고발인양 제목을 달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미투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박찬성 변호사에게 물었다. 박 변호사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대에서 성폭력 사건 조사 등을 담당했다. 현재 포항공대 성희롱·성폭력상담실 자문위원과 대통령 경호처, 통일연구원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공기관에서 고충심의위원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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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성 변호사(포항공대 성희롱·성폭력상담실 자문위원) [사진 DG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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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미투 운동이 시작된 지 6개월이 흘렀다. 운동의 성과가 무엇이라 보나



A : 연대의식의 확산과 괄목할 만한 권리 의식의 성장이 아닐까. 다시 말해 ‘왜 피해자들이 침묵하며 참아야 하느냐’는 너무나 당연한 권리 담론이 사회 전면으로 부상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나 혼자 이런 피해로 상처받은 게 아니구나’ 하는 충격적인 자각과 그에 기인한 연대감의 확대가 큰 성과가 아니겠느냐.


Q : 강연이나 조사 현장에 나가 보면 분위기가 달라졌나



A : 강연을 해보면 확연히 느껴진다. 예전엔 어쩔 수 없이 듣긴 하는데, 그저 ‘남의 일’처럼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별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안다. 내게 일어날 수 있는 문제란 생각을 확실히 하고 있다. 한 번은 한국상담심리학회 요청으로 미투 관련 강의를 했었는데 시간이 토요일 이른 아침이었다. ‘몇 명이나 왔겠나’ 별 기대 없이 문 열고 들어가는데, 1000여명이 넘게 앉아있더라.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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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의 한 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만든 ‘미투(#Metoo)’ 문구를 만들었다. 지난 6개월간 미투 운동은 한국 사회 전방위적으로 퍼져나갔다. [사진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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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그럼에도 지금은 너무 조용한 것 같다



A : 사실 이번 미투 운동을 통해 드러났던 문제점들, 예를 들어 2차 피해의 가능성이 문제 제기를 가로막는 심각한 장애물이란 사실 등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문제의 양상들, 특히 권력형 성폭력이라는 전형적인 구조 또한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2014년~2015년 무렵 당시 근무하던 서울대에서 교원 성폭력 문제가 연이어 터져 나왔는데, 그때도 권력형 성폭력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왜 문제가 곪을 대로 곪아서야 터져 나오게 됐는지 등의 논의가 적지 않았다.


Q : 당시에는 무엇이 부족했나



A : 그 논의를 제대로 이어받는 제도화가 미흡했다. 2차 피해의 우려로부터 피해자를 보다 확실하게 보호해줄 수 있는, 그래서 누구든지 피해를 봤더라도 거리낌 없이 신고할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정비되었더라면 2018년 미투는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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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불교 시민사회 회원과 불자들이 지난 3월 조계사에서 열린 '불자 위드유' 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미투 운동은 한국 사회 전방위적으로 퍼져나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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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이번 미투는 어떻게 보나



A :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지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특정 가해자 몇몇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세상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이번에도 제도적 정비에 실패하게 된다면 수년 후 우리는 또다시 미투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표면적인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구인지만 달라진 채로 말이다.


Q :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가



A : 손댈 곳이 많다.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에 대한 논의는 많이 있어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올해 5월 남녀고용평등법이 개정되면서 ‘2차 피해’에 관해 상세하게 명시됐다. 그 전까지는 그조차도 없었다. 그런데 이 법 개정 한 달 후 장애인복지법에서도 ‘2차 피해’를 상세히 명시했는데, 둘의 내용이 조금 다르다. 둘 다 형사처벌의 근거가 되는 규정인데, 같은 경우라도 어떤 때는 처벌 받고 어떤 때는 처벌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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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서울시 성평등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최영미 시인. 최 시인은 최근 고은 시인으로부터 10억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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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또 다른 문제점이라면



A : ‘남녀고용평등법’에는 피해자 대신 신고한 근로자까지는 보호하는 규정이 있는데, 신고는 해주지 않았지만 그저 대신 도와준 근로자에 대한 보호 규정이 없다. 피해자를 도와줬다가 회사가 불이익을 줘도 보호할 명시적 규정이 없는 거다. 이외에도 성폭력, 특히 추행죄에 대한 개념 정의가 불명확하고, 법에서 정하고 있는 성희롱의 개념도 문제 소지가 있는 모든 상황을 적절히 규율하고 있지 못하다.


Q : 미투 운동에 대한 반감도 있는 게 사실이다. 왜 그렇다고 보나



A : 쉬운 문제는 아니다. 미투 운동은 결코 특정 성별을 단죄하고자 하는 운동이 아니란 점을 되새겨야 한다. 인권 감수성의 관점, 균형 잡힌 성인지 관점으로 접근돼야지 성 대결과 같은 구도에서 접근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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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를 제목으로 이용한 한 성인영화의 포스터 중 일부 [사진 SY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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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최근 한 성인영화가 '미투' 운동이 음해성 고발인 양 제목을 달기도 했다



A : 미투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었다. 보호 받지 못했던 이들의 외침에서 시작됐다. 누군가로부터 악질적인 공격을 받았던 이가 있다면 음해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한다. 다만 그런 피해에 대해 미투 전체를 싸잡아 일컬으면서 마치 미투라는 것이 '사소한 것 때문에 남성들을 가해자로 애꿎게 몰아가려고 했던 것'일 뿐이라고 조롱하는 건, 법의 문제를 떠나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에 어긋나는 게 아니겠나.


Q : 끝으로 한마디 한다면



A : 성희롱ㆍ성폭력은 우리 주변, 멀지 않은 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진짜 문제다. 그리고 미투는 그 진짜 문제로 오랫동안 상처 입은 채 침묵해야 했던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이 외침이 한 번 더 그대로 잊히고 만다면 우리는 또다시 더 강렬한 목소리를 마주해야 할 거다. 우리가 오늘 미투를 쉽게 잊어버려서는 안 되는, 그리고 미투의 내일을 고민해야만 하는 이유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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