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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동준의 한국은 지금] 쓰레기 분리수거 허리 휘는 경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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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쓰레기 대란으로 한차례 몸살을 앓았지만 쓰레기 분리수거 문제는 여전했다.

몇몇 아파트 단지에서는 소동 후 경비원들의 급여를 인상하며 해당 업무를 추가한 사례도 있었지만 다수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경비 이외의 업무는 하지 않도록 법에 규정돼 있지만, 분리수거 배출일이면 일부 가정에서 함부로 버린 쓰레기 때문에 원치 않는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재활용 대란 후 관리사무소의 안내와 협조요구로 대부분 규정에 맞춰 재활용 쓰레기를 배출하지만 일부에서는 규정을 무시한 배출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오후 10시쯤 홀로 상자를 정리하는 경비원에게 사정을 묻자 몇몇 가정에서 “분리수거 없이 쓰레기를 버리는 통에 늘 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하소연했다. 사정은 인근 아파트 단지도 마찬가지였다.

쓰레기를 살펴보니 음식물 찌꺼기가 묻은 비닐과 플라스틱 용기 등이 있었고, 캔을 버리는 곳에 플라스틱을 버리는 등 뒤죽박죽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종이상자에서 내용물만을 꺼낸 후 그대로 버려 경비원들이 뒤처리해야 했다.

해당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분리수거 작업이 고용계약에 포함돼 있는지 묻자 대부분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

이들은 최저시급을 받으며 업무로 규정되지 않는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경비원들이 정리하지 않으면 업체가 수거를 거부해 쓰레기가 방치된다.

이에 쓰레기가 쌓이게 되면 책임이 경비원에게 돌아가 하는 수 없이 뒤처리를 떠안게 된다.

한 70대 아파트 경비원은 “재활용 대란 후 음식물이 묻은 비닐, 플라스틱 등은 수거하지 않는다”며 “관리사무소에서 안내 방송을 해도 일부 가정은 이를 무시하고 쓰레기를 버린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만 사는 세대는 규정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며 “조금만 신경 써서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거하는 업체도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수거된 비닐은 대부분 고체연료의 재료로 녹여서 재활용되는데 오염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사용하지 못하고 돈 내고 버려야 한다. 폐지의 경우도 심하게 오염되면 재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계일보

분리수거일 재활용 쓰레기 정리는 경비원의 몫이 되고 있다. 경비원들은 밤늦도록 작업을 이어가며 원치 않는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아파트에 사는 주민은 수천 세대에 이를 수 있지만 경비원은 각 동당 1명 내외다.

나 하나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쌓이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문제가 될 수 있다. 가정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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