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단독] 스마트팜혁신밸리, 문재인 정부 농정 대기업 편으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 2022년까지 총 1조여원 투입… 농업계 인사들 우려 속 강행

사실상 총성 없는 전쟁이었다. 과열 직전까지 간 양상이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포털뉴스를 검색해보면 전국 각지의 신임 지자체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하는 단골소재다. 다들 “우리가 최적지”라고 주장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이다. 공모신청은 7월 13일 마감됐다. 공모에는 10여곳 넘는 시·도 지자체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선정되면 정부와 지자체 합쳐 2022년까지 18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선정은 올해 7월 말까지 2개, 그리고 내년에 다시 2개, 합쳐서 네 군데에 약 20㏊, 그러니까 6만평 규모의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전체 예산은 ‘1800×4=7200’억원으로 계획되어 있지만 배후단지 조성까지 포함하면 전체 예산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전농 “농업판 4대강 사업” 추진 중단 요구

정부 보도자료를 보면 이 사업은 지난 4월 3일 처음 언급된다. 불과 3개월 전이다. 혁신성장동력 후보과제 ‘스마트팜’ R&D 공청회 개최를 다룬 3월 28일 보도자료에는 전혀 언급되지 않다, 4월 3일 자료에서 아무런 설명 없이 이미지 한 장으로 덧붙여진 ‘확산거점’으로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명시돼 있다. 그러다 4월 16일, 경제관계장관회의 합동으로 ‘정부의 혁신성장 핵심선도과제’로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거론된다. 이 자료를 통해 ‘4월 23일부터 7월 중순까지 공모를 진행, 제출한 사업계획서 검토와 현장평가를 거쳐 7월 말 2개 시·도 선정’이라는 로드맵이 처음 발표된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레이스’다 보니 소문만 무성하다.

결국 전농이 반기를 들었다. 7월 9일 박행덕 의장 명의로 낸 성명에서 전농은 “유통구조 개선 대안 없이 생산만 이야기하고 있고, 국비 1조원 이상 들어가는 사업인데도 여론수렴 한 번 없이 추진되는 사업이며, 실제 밸리에서 재배될 파프리카나 토마토 등 생산농가가 생산비도 못 건지는 마당에 청년농업인들이 진출한들 버티기 힘들 것”이라며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전농은 “농업생산을 통한 청년농 유입은 오간 데 없고 건설사업자만 배불리는 사업이 될 것”이라며 “결국 이 사업은 농업판 4대강 사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광석 전농 정책위원장은 “전체 배후시설을 합치면 개소당 3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민간업체는 운영 못하고, 지자체는 수익성이 없으니 손을 떼게 될 것”이라며 “결국 그 후 이 사업을 인수하는 것은 대기업이 될 게 뻔하다”고 말했다.

농림부 등의 보도자료를 보면 의견수렴 과정이 없지는 않았다. 전문가포럼(4월 26일), 차관 스마트팜 기업간담회(6월 20일) 등의 행사가 열렸다. 전농의 비판은 밸리가 조성될 지역 농민 당사자에 대한 설득이나 설명은 없었다는 것이다. 관련 행사에 참석한 민간 인사를 접촉했다. 그는 스마트팜 사업의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추진방식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유리온실을 만들려면 평당 100만원이 든다. 1만평이면 100억원이다. 엄청난 자본이 들어간다. 결국 대기업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그런 생각은 아니었겠지만 공무원들은 박근혜 정부 공무원들의 경향과 정책 그대로다. 공무원들이 생각하는 농업의 미래는 어떻게 하면 영세소농을 규모화해서 성과를 빨리 내게 하느냐다. 지금 스마트팜 확산방안이라는 것도 전 정권에서 창조경제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던 사업을 이제 혁신성장이라는 이름으로 표지만 바꿔 다시 내놓는 것이다.”

그럴까. <주간경향>은 이 사업 추진과 관련한 방대한 분량의 정부, 관련 기관 내부문서를 입수했다. 실제 <주간경향>이 단독입수한 관계부처 합동 명의의 ‘스마트팜 확산방안’(올해 4월 16일 작성), 농림부의 ‘농식품 ICT융복합(스마트팜) 정책방향’(올해 6월 작성) 등의 내부문건을 보면 ‘밸리’의 정책적 연관성을 전 정권에서 추진해온 ‘ICT창조마을사업’ 모델에서 찾고 있다.

문재인 정부 농업정책 수립과 관련, 핵심 인사인 ㄱ씨는 이 밸리 사업 뒤에 특정 대기업, 구체적으로는 새만금 간척지에 ‘스마트팜 바이오파크’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추진하던 LG CNS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주장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만든다고 가져왔는데, 이상하게 어디서 많이 본 자료였다. 실증단지에다 에너지 시설, APC(농산물 산지유통센터)도 있고…. 사실 LG CNS가 새만금에 바이오파크를 만든다고 할 때도 전세계에 유례가 없는 시설이었다.”

LG의 새만금 스마트팜 단지 추진계획은 원예작물 재배농가 등의 반대에 부딪혀 2016년 9월 공식 포기를 선언한다. 그러나 ㄱ씨는 그 후에도 협의는 중단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역시 <주간경향>이 단독 입수한 새만금개발청의 ‘새만금 LG 스마트팜 보고자료’ 문건(올해 1월 작성)에 실린 표에 따르면 사업이 중단된 이듬해인 2017년에도 농림부와 LG가 스마트팜 추진모델을 논의하고 있었다.(아래 사진 참조) 이 ‘농림부-LG 논의 모델’을 보면 특이한 부분은 종전 LG CNS가 추진하던 ‘스마트팜 바이오파크’가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사업한다는 계획이었던 데 비해 ‘외국자본’ 대신 ‘지자체/정부 지원’이 들어가 SPC(플랫폼회사)를 만드는 데 정책자금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농민들이 동의할 때 LG나 농협은행, 투자사가 자금투자를 하는 식이고, LG CNS는 플랫폼회사의 설비 구축, R&D 지원을 한다는 구상이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 예산으로 대기업 손 안대고 코풀기

현재 나온 혁신밸리 조성안이 바로 이 LG와 농림부 구상이 그대로 관철돼 만들어졌다는 것이 ㄱ씨 주장이다. “지금 혁신밸리 예산을 보면 전부 다 시설비이고 운영예산이 없다. 땅은 지자체가 대고 나머지는 다 시설비인데, 지자체도 돈은 대지만 사실 메리트가 없다. 결과적으로 업체 선정권을 중앙정부가 쥐겠다는 이야기 아닌가. 어차피 사업이 망하더라도 깨지는 것은 정부 돈이지 자기 돈은 아니지 않은가. 문제는 결국 원래 농민에게 갔어야 할 8000여억원이라는 돈이 농민이 아닌 대기업에 간다는 사실이다.”

농림부는 어떤 입장일까. 농림부는 관련 TF를 지난 4월부터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TF 핵심 인사는 “전농 등이 우려하는 것처럼 대기업이 직접 생산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과거 동부화홍, 새만금 등에서 농민들의 거센 반대 때문에 대기업도 직접 생산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LG CNS 등 대기업이 지자체 등과 함께 응모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관계로 밝히긴 곤란하다”고 말했다. LG CNS 측은 <주간경향>에 “새만금은 접었지만 농림부 등 정부 측과 스마트팜 추진과 관련해 전반 사항을 협의해 왔다”며 “이번 밸리 선정에 공모한 춘천시 등과 MOU를 맺어 R&D 파트를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7년도 LG·농림부 논의 내용을 문건에 담은 새만금청 관계자는 “LG가 새만금 사업을 접은 이후 수개월간 농림부 측과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해당 문건이 기자들에게 보도 목적으로 제공한 문건이 아니기 때문에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림부 TF 관계자는 “내가 아는 한 농림부와 LG 측이 2016년 이후 스마트팜 확산모델에 대해 논의하거나 협의한 적은 없다”며 “만약 밸리의 생산영역에 대기업이 들어온다면 나부터 두 손 들고 반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ㄱ씨는 또 이렇게 덧붙였다. “스마트팜 사업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사업은 아니다. 100번 하면 100번 실패하는 사업은 해선 안 된다. 대기업들은 한 번 노린 목표물, 먹잇감을 놓치지 않는다. 기재부도 알고 밀어붙이는 것이다. 이걸 혁신성장의 대표모델로 그럴싸하게 포장하면서 농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는 것처럼 왜곡해선 안 된다.”

<주간경향> 기사 출고 후 LG CNS측은 “새만금 사업을 접은 후 보도한 것과 같은 농림부와 모델 협의는 없었으며, 이번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과 관련해서는 다른 기업들과 함께 차관 기업 간담회에 참석했을 뿐”이라며 “춘천시와 MOU는 R&D에 참여해달라는 KIST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왔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