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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여름철 소방관들 '벌과의 전쟁'…보호복도 못 입고 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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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퇴치·벌집 제거 출동 건수 한해 17만 건

전체 119생활안전 출동 건수의 절반 차지

여름철에 몰려 주간 내내 종일 작업하기도

서울은 센터당 벌집제거 보호복 2.5벌 수준

그나마 불편하고 더워 안 입거나 못 입거나

"한 명이 보호복 입으면 나머진 방화복 착용"

뉴시스

벌집제거 구조활동.


【서울=뉴시스】류병화 기자 = "여러 명이 입다보니 쉰내가 나서 못 입겠어요."

서울 시내 한 119안전센터에서 만난 A 소방관은 '벌집 제거용 보호복'이 어떠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매해 여름철이면 벌집 제거 출동 건수가 몰리는 탓에 올해도 일선 소방관들은 출동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여기에 따른 고충도 적지 않다.

소방청 관계자는 "전국 벌집제거 보호복 현황은 5670벌로 구조대, 안전센터 등을 포함한 출동대당 4.5벌 수준"이라며 "화재 진압이 주업무기 때문에 방화복은 모든 대원에게 지급되지만 벌집 보호복은 특수한 활동을 위한 보호복이라 대원당 1벌씩 지급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은 그 중에서도 열악한 수준이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1월1일 기준 서울 지역 벌집제거 보호복 현황은 354벌로 시내 안전센터·구조대당 2.5벌 꼴이다. 3교대 4인 1조로 벌집 제거를 나서는 센터를 기준으로 잡으면 12명이 보호복 2~3벌을 사용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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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뉴시스】강경국 기자 = 경남 창원소방서는 때 이른 무더위로 말벌 개체수가 증가해 벌집 제거 신고 요청이 증가하고 있어 시민들에게 벌 쏘임 사고 주의를 당부한다고 30일 밝혔다. 사진은 벌집을 제거하는 모습. 2018.05.30.(사진=창원소방서 제공)photo@newsis.com


평균보다 적은 보호복을 구비해두고 있는 센터에서는 출동한 소방관들이 벌집 제거용 보호복을 착용하지 못하는 일도 일어난다. A 소방관은 "우리 센터에 보호복은 한 벌"이라며 "한 명이 벌집 제거 보호복을 입으면 나머진 방화복을 입기도 한다"고 전했다.

여름철이면 무더운 날씨에 장마가 이어지면서 벌 생육 환경이 좋아져 개체 수가 늘어난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벌집제거 출동 건수는 15만 4436건으로 2년 전보다 4만 6841건(43.5%)이나 늘었다. 경북 지역에서 근무하는 B 소방관은 "여름철에 많을 때는 주간 내내 출동이 걸려있다"라며 "아침 9시에 나가서 저녁 6시에 들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출동은 많은데 보호복이 워낙 불편해 아예 입지 않고 벌집 제거에 나서는 소방관들도 있다. B 소방관은 "벌집 크기를 보고 작다 싶으면 보호복을 입지 않아 입을 때가 반, 입지 않을 때가 반"이라면서 "개인별로 지급되지 않고 재질상 세탁하기도 힘들어 입기가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보호복에 쿨링팬이 달려있지만 미니선풍기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A 소방관도 "벌 종류가 다양해서 말벌이겠다 싶을 때만 보호복을 착용한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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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구조대 벌집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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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기준 벌 퇴치·벌집 제거 출동 건수는 17만8603건으로 전체 119생활안전 출동 37만7575건 중 47.3%를 차지했다. 최근 들어 벌집 제거 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는 초여름으로 앞당겨지는 추세다. 소방청에 따르면 5~6월 벌집제거 출동 건수가 2015년 5792건에서 2016년 9722건으로 대폭 증가했고 지난해 1만96건으로 전년 대비 또 다시 늘어났다.

소방청 관계자는 "과거 벌집 제거는 구조대에서만 맡아오다 최근 신고가 늘면서 안전센터도 맡게 됐다"며 "센터별로 보호복을 늘이고 있는 추세이며 계속 신형 보호복으로 교체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hwahw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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