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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워마드논란]일베 따라 '~노'로 말하는 워마드…'자기 주장'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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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우월 '일베' 차용…남성 혐오 담아 투쟁

일탈 비정상적 언어…미러링 등으로 효과↑

이데일리

[이데일리 한정선 기자] 여성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천주교의 성체(體聖)를 태운 사진이 올라오면서 극우 남성우월주의자 사이트인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와 도를 넘은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워마드는 천주교가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고 여성은 사제가 못 하게 해 여성을 억압한다며 이 같은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성차별 철폐를 추구하는 워마드의 애초 목적이 변질된 혐오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미러링’ 언어에도 반영

이현재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 연구소 교수는 14일 “극우성향의 사이트인 일베가 쓰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면서(미러링) 남성들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워마드는 일베와 같이 어떤 문장이든 ‘~노’로 끝내는 말투를 사용하는데 전문가들은 일베와 같은 어투로 반대되는 내용을 전달하면서 언어를 투쟁의 도구로 삼는다고 분석했다.

워마드는 문맥상 말이 안 되더라도 ‘글 싸질렀노’, ‘잡아 찢고 싶다이기’, ‘보통 사람들은 집단의 꼬리로 들어가지 않노’ 등 문장의 끝에 ‘~노’나 경상도 방언을 사용한다.

일베가 지역감정을 들쑤셔 전라도를 조롱하기 위해 무조건 경상도 방언으로 말의 끝을 맺는 것을 따라 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일베가 여성을 조롱한 말투는 그대로, 내용은 남성을 조롱하는 내용을 담아 ‘너희가 한만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조롱)받은 만큼 되돌려 준다는 일명 ‘미러링’이 언어에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숫자 6·9는 남성 조롱”…자기주장 극대화 표현

워마드는 문맥에 전혀 상관없는 6과 9의 숫자를 수시로 글의 중간에 쓰고 있다. 이 또한 일베에서 남성들이 여성의 외모를 조롱한 대로 워마드도 남성의 신체부위를 숫자로 조롱하는 것이다.

권재일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어떤 집단이든지 자기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자극적인 표현을 쓴다”며 “언어적인 방법으로 자극을 주기 위해 맞춤법을 파괴하거나 방언에서 표현을 차용하는 등 정상적인 규범에서 벗어난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집단이 투쟁의 도구로서 정상적이지 않고 일탈한 언어를 쓰면서 자기주장을 극대화하려는 심리가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단순한 논리를 내세워 온라인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방법은 재미뿐 아니라 분노도 강하게 하고 있다”며 “‘미러링’의 방식이 이슈화에는 성공했지만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을 더 불러일으켰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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