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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몽상가·장사꾼이 만든 나라… 미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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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커트 앤더슨 지음/정혜윤 옮김/세종서적/2만5000원


판타지랜드- 가짜가 진짜를 압도하는 세상, 그 도발적인 500년의 이야기/커트 앤더슨 지음/정혜윤 옮김/세종서적/2만5000원

미국 대선이 있던 2016년 가장 많이 읽힌 정치 기사 두 개는 ‘프란치스코 교황,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다’와 ‘힐러리 클린턴, ISIS에 무기를 판매한 사실이 위키리크스에서 확인되다’였다. 가짜 기사임에도 진짜뉴스보다 더 많이 공유되고 댓글도 더 많이 달렸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인가. 미국의 문화비평가 커트 앤더슨은 어떻게 해서 이런 기괴한 유사현실에 이르렀는지 연원을 추적한다. 저자가 보기에 미국은 몽상가와 광신자, 연예 기획단장과 관중, 돌팔이 장사꾼과 호구에 의해 만들어진 나라다. 아마도 이 책을 건국의 아버지들이 봤다면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판타지랜드 현상은 미국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나라도 그대로 따르게 될 것이다. 한국의 정치와 종교와 미디어와 SNS 세계 역시 미국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 이를테면 자동차와 공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이라고 믿는 미국인은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3분의 1 이상은 지구온난화를 과학자와 정부, 언론인의 농간으로 믿는다. 미국인 3분의 2는 진짜 천사와 악마가 이 세상에서 활약 중이라 믿는다.

저자는 주관적 신념에만 의존해 판단하고 자신의 믿음과 다른 현실은 외면해 버리는 사람들을 ‘환상 기반 공동체’라고 칭하고, 이런 사람들이 다수인 미국 사회를 ‘판타지랜드’로 이름 붙였다. 저자는 미국인들의 이런 태도와 정신적 습성의 기원을 찾기 위해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과 1517년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500여 년간 펼쳐진 북미 대륙의 역사를 풀이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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