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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이수연 PD의 방송 이야기] 뭐든지 해내는 시사보도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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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방송국에 모여 있는 다양한 직업들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다. 그중 하나가 종합편성 채널이 출범하면서 더욱 전문화된 '시사보도 작가'다. 이들은 예전엔 '구성 작가' 또는 '교양 작가'란 이름으로 불렸다. 패널들의 입담과 분석이 주를 이루는 시사 토크가 종편 채널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시사보도 작가'는 특화된 전문직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필자도 과거에 구성 작가로 활동했던 경력이 있지만, 요즘 시사보도 작가들 앞에서는 감히 명함을 내밀기가 부끄럽다. 이들의 놀라운 능력이 마치 수퍼 히어로 '어벤저스'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이템 발제부터 원고 작성, 출연자 관리까지 맹활약을 펼치며 프로그램 전반에 영향력을 발휘한다.

특히 감탄스러운 것은 취재 실력이다. 예를 들어 강력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담당 경찰부터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 이웃 주민에 이르기까지 연락해 볼 수 있는 모든 인물을 찾아내 샅샅이 뒤진다. 이 과정에서 기존 기사에 언급되지 않았던 귀중한 정보도 얻고, 잘못 알려진 팩트도 바로잡는다.

취재는 늘 어렵고 힘들지만 이를 통해 얻어지는 소중한 팩트가 '차별화된 방송'을 만드는 기초가 된다. 시사보도 작가들이 어떻게 짧은 시간 안에 생면부지인 사건 당사자들과 연락을 할 수 있었는지, 눈물겨운 뒷얘기를 들을 때마다 그들의 노력에 존경심을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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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 사건을 다룰 때 시사보도 작가들의 능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십여 년이 지난 사건들은 당시 담당자를 찾기도 어렵고, 피해자 가족이나 주변 인물은 더더욱 접촉하기 힘들다. 그러나 시사보도 작가들은 포기하지 않고 당시의 현상 수배 전단이나 길거리에 걸렸던 현수막 사진 등에서 단서를 찾아낸다. 빛바랜 사진 귀퉁이에서 발견한 작은 단서가 결국 숨어 있던 취재원을 불러내는 불씨가 된다.

공들여 알아낸 연락처로 전화를 하면, 오히려 당사자들이 "어떻게 나를 찾아냈느냐"며 놀라워한다. 이렇게 인연을 맺은 취재원들은 작가들의 정성에 보답하듯 사건 당시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가 많다. 전방위 능력을 뽐내는 좋은 작가들과 함께 일할 때 제작진도 힘이 솟는다.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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