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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Why] 테슬라 이타주의자 對 테슬라 이기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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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魚友야담]

조선일보

어수웅·주말뉴스부장


태국 축구 소년들의 구출 쾌거에서 등장한 이름이 있습니다.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죠. 직접 제작한 소형 잠수함을 들고 현장을 찾았습니다. 엊그제는 또 중국 상하이에 연간 50만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짓는다고 해서 화제가 됐죠. 이타주의자와 이기주의자의 얼굴을 동시에 지닌, 우리 시대의 사피엔스랄까요.

머스크는 이타주의자이면서 이기주의자가 될 수 있지만, 테슬라의 자율주행차는 그럴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최근 이스라엘의 석학 유발 하라리의 영문 에세이를 읽다가, 이런 가정에 눈이 멈췄습니다. 운전 중인 자율주행차로 뛰어든 두 명의 소년. '나'는 조수석에서 졸고 있는데, 소년들은 제멋대로 튄 자신들의 축구공을 쫓아 차도로 뛰어든 거죠. 이제 자율주행차의 알고리즘은 번개의 속도로 계산합니다. 두 소년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반대 차선으로 핸들을 꺾는 것. 하지만 그럴 경우 마주 오는 트럭과 충돌 위험이 크고, 내 사망 확률은 70%. 알고리즘은 두 명의 소년을 구해야 하는 걸까요, 한 명이지만 주인인 나를 구해야 할까요.

테슬라가 등장하니까 요즘 고민처럼 들리지만, 사실 철학자들은 이 문제를 놓고 오랫동안 논쟁을 거듭해 왔습니다. 소위 '트롤리의 딜레마'. 가만 놔두면 다섯 명이 죽고, 선로 전환기를 당기면 한 명이 죽는다면, 나는 질주하는 트롤리를 어떻게 해야 해야 하는가. 곧 현실이 될 자율주행차도 예외 없이 이 딜레마가 적용됩니다.

탁상공론일 땐 다릅니다. 실제로 2015년에 실시된 연구에서 이런 통계가 있었습니다. 자율주행차가 여러 명의 보행자를 치려고 하면 어떡해야 하나. 응답자 대부분은 주인이 숨지는 대가를 치르더라도 보행자를 구해야 한다고 대답했죠. 하지만 두 번째 질문에서 실제로 더 큰 선(善)을 위해 주인을 희생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차량을 구입할 거냐는 질문에는 대부분 No라고 대답했다는 거죠.

자율주행차를 살 때, 새 차의 주인이 두 개의 프로그래밍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가정합시다. 두 꼬마를 구할 것인가, 아니면 나를 구할 것인가. '테슬라 이타주의자'를 살 것인가, 아니면 '테슬라 이기주의자'를 고를 것인가. 선택할 수 있어서 괴로운 세상입니다.





[어수웅·주말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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