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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류샤오보 부인 류샤, 8년 만에 ‘자유의 몸’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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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남편 사망 후에도 가택연금 / 中 당국 출국 허용으로 독일행 / 대미 무역전쟁 의식 석방한 듯

세계일보

지난해 7월 간암으로 별세한 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의 부인 류샤(劉霞·사진)가 8년 만에 자유의 몸이 돼 중국을 떠났다.

10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류샤의 친구인 반체제 작가 예두(野渡)는 “오늘 오전 11시 류샤가 핀에어 항공편으로 베이징을 떠나 독일로 향했다”고 밝혔다.

류샤는 지난해 남편의 사망 후 외국으로 이주하길 원했으나 남편 장례식 직후 중국 당국에 의해 윈난(雲南)성 다리(大理)시로 강제 여행을 가면서 외부와 40여 일간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 베이징 자택으로 돌아왔으나, 정부에 의해 가택연금을 당해 외출조차 금지됐다. 그는 슬픔에 빠져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최근에는 몸이 안 좋아 수술까지 받았다.

류샤는 남편인 류샤오보가 2008년 12월 ‘98헌장’을 발표해 민주개혁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2009년 징역 11년형을 받은 이듬해부터 단지 류샤오보의 아내라는 이유만으로 가택연금을 당했다. 류샤오보는 중국 민주화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류샤의 출국이 허락된 건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서방 각국의 지지를 얻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간 중국은 올해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등 중대한 정치적 행사가 있을 때마다 류샤의 출국을 약속했지만 번번이 이를 어겼다.

그러나 미국과의 무역전쟁 발발로 서방 각국을 동맹국으로 끌어들여 ‘반미전선’을 형성해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류샤의 자유를 촉구하는 서방의 목소리를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류샤의 석방은 메르켈 총리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9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비판의 목소리를 함께 낸 다음 날 이뤄졌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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