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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배출가스 인증 조작해 검찰에 고발당했는데 기재부는 몰랐나…환경장관에 ‘BMW 회장 만나라’ 등떠민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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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인천 BMW 드라이빙센터서 2차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 열어

형사처벌 등 얽힌 탓 ‘불편’했던 김은경 장관, 기념사진 촬영 불참

지난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의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가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열린 것을 놓고 뒷말이 나온다. 환경부가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 등으로 BMW코리아를 검찰에 고발해 법인과 전·현직 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진 지 불과 석 달여 만에 정부 주관행사가 이 회사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또 최근 환경부가 독일 자동차업체들의 ‘요소수 조작 사건’ 조사에 착수한 마당에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한독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한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과 조우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9일 기재부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제2차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가 개최됐다. 회의에는 김 부총리와 김 장관을 비롯해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BMW 드라이빙센터가 회의장으로 선택된 것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기재부·교육부·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병무청 등 5개 정부부처와 한독상의가 ‘아우스빌둥(Ausbildung) 프로그램’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다. 독일식 인재양성 과정인 아우스빌둥은 현재 국내에서도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독일 자동차업체들이 이론·실무 교육을 제공하고 수료 시 대학 졸업부터 취업까지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행사를 총괄한 기재부가 관계장관회의와 업무협약식 동시 개최에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나 검찰이 형사처벌 문제 등으로 BMW코리아와 대척점에 서 있다는 점을 감안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은경 장관은 다른 부처 장관들과 김효준 회장의 기념사진 촬영 자리에서 빠졌다. 지난해 말부터 배출가스 인증 비리에 연루돼 조사선상에 오른 독일 자동차업체들은 김 장관을 만나려 애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BMW코리아를 배출가스 시험성적서 위·변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단일 회사 사상 최대의 과징금(608억원)을 부과했다. 검찰은 지난 3월 사문서 위·변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 등으로 BMW코리아 법인과 전·현직 직원 6명을 재판에 넘겼다. 환경부 고발 당시 BMW코리아 사장이던 김 회장은 올해 4월 제7대 한독상의 회장에도 취임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환경부는 독일 자동차업체들을 상대로 ‘제2차 디젤게이트’로 불리는 요소수 조작 사건 조사에 착수했다. 환경부는 이들 업체가 자동차 엔진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줄여주는 요소수 분사량을 시험주행 때만 정상적으로 분사되도록 조작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행사 주관 부서에서) 국내에서 일과 학습의 병행 모델이 가장 잘 돌아가는 케이스가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이어서 주목했던 것일 뿐, 그런(환경부나 검찰 조사 등) 맥락까지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장관회의를 현장에서 열자는 얘기는 원래부터 있었고 이번에도 장소 선정을 놓고 한두 달 전부터 정부부처 간에 얘기가 돼서 그렇게 정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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