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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사설] 대통령의 삼성 공장 방문이 뉴스거리가 되는 非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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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9일 인도 국빈 방문 중 삼성전자의 현지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부회장과 만났다. 대통령 취임 후 첫 대면이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둘러보고 대화도 나눴다. 청와대는 "통상적인 외교 일정"이라고 했지만, 재계에선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과 정부 관계가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그런 기업의 해외 공장을 대통령이 방문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이 큰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얼마나 비정상적 상황인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현 정부가 대기업에 적대적이라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정권 출범 직후 국정기획위원장이 "재벌이 가장 큰 기득권"이라고 한 이후 역대 어느 정권보다 강력한 반(反)대기업 기조를 취해왔다. 10대 그룹 중 검경이나 국세청·공정위 같은 사정기관의 수사·조사를 받지 않는 곳이 한 곳도 없다. 공정위 규제와 대주주 경영권을 약화시키는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기업들은 경영권 위협 때문에 미래 투자는 엄두도 못 낼 판이라고 한다.

삼성그룹에 대한 수사는 2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가 사실상 전면에 나서 있다. 노조 설립 방해 사건에선 4차례 압수수색과 14명 구속영장 신청이라는 기록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삼성 반도체 공장의 비밀 공개며 바이오 계열사의 분식회계 문제, 계열사 보유 삼성전자 지분 매각 등 모든 부처가 저마다 건수를 찾아 삼성을 몰아붙이고 있다.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담당하는 기업을 잡지 못해 안달이다.

'공정'과 '정의'를 내세운 이 정부 경제 운영에서 대기업은 사실상 배제돼왔다. '소득주도'는 물론 '혁신성장'에서도 대기업은 제외돼 있다. 경제의 대기업 과잉 의존 체질을 바꿔나가는 정책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대기업을 제쳐놓고선 경제 운영이 제대로 될 수 없다. 정부가 압박하면 기업은 즉각 순종하며 눈치를 살핀다. 그게 생존 방식이다. 그러나 정권에 잘 보이려 할 뿐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모험 투자와 열정적인 추진력은 사라진다. 정권의 위세는 드높아져도 그 부작용은 결국 국가 경제의 부담과 손실로 돌아온다.

모든 선진국 정부가 대기업을 협력 파트너로 삼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수시로 기업인들을 백악관에 초대하고 틈만 나면 전화를 건다. 아베 일본 총리도 경영자들과 밥 먹고 골프 치는 일정으로 가득 차 있다. 정부는 기업 애로를 정책에 반영하고 대기업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화답한다. 우리처럼 정부가 대기업과 선을 긋고 적대시하는 선진국은 없다. 대기업을 적폐가 아니라 경제 운영의 파트너로 삼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삼성 공장 방문이 그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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