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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경제6단체, 2년만의 절박한 호소 "소상공인 최저임금 배려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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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가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경제 여건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하고, 업종별로 현실을 반영해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공동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 경제가 또다시 최저임금을 인상할 여력이 있을지 우려를 표명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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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신영선(왼쪽에서 셋째)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이“내년 최저임금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경영계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규태 중견련 전무, 김극수 무협 전무, 신 부회장, 류기정 경총 상무, 배상근 전경련 전무, 박재근 대한상의 상무. /김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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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6단체가 한목소리를 내기는 2016년 6월 '맞춤형 보육 정상 시행 촉구' 공동성명 이후 2년여 만이다. 경제 단체 관계자는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 영향으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한계 상황에 몰렸다"면서 "경제 단체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14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인상 최소화, 업종별 차등 요구

신영선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명목상으로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프랑스, 뉴질랜드, 호주에 이어 넷째"라며 "최저임금이 너무 높아 근로자 네 명 중 한 명이 최저임금을 받는 현 구조는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경제 단체 입장문에 따르면 올해까지 최근 10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연평균 7.2%로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의 세 배, 임금 인상률의 두 배 이상이다. 올해 인상률 16.4%는 2년치 인상률을 합친 수준을 웃돈다. 장기화된 내수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신 부회장은 "일정한 기준에 따라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며 "노동계가 업종별 차등 적용을 받아들인다면 최저임금 인상안을 위원회에 수정해 제시하고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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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지난 4일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도 이례적으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업종별 차등 적용을 먼저 결정한 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논의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인적 구성이 친(親)노동계로 기울어졌다고 판단한 사용자위원들이 공개적으로 요구 사항을 내건 것이다. 노동계 측은 현재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올해보다 43.3% 높은 1만790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경영계가 요청하는 업종별 차등 적용도 반대하고 있다.

◇한계 맞은 소상공인, "더 버티기 어렵다"

경제 단체들의 집단행동은 그만큼 상황이 긴박해졌기 때문이다. 청년 실업률은 18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취업자 수는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낼 정도로 고용 지표는 악화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인건비에 이어 원자재 가격, 도매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전체 사업체 수의 86%(308만개), 고용의 36%(607만명)에 이르는 소상공인은 이중 삼중 고통을 받고 있다. 전국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협의회 관계자는 이날 "가맹점주 월평균 소득이 최저임금 받는 아르바이트생과 비슷한 230만원"이라며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점주들이 추가 근무하며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이어 내년에 또다시 최저임금이 오르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지명도 있는 중견 업체마저 부도가 속출하는 상황"이라며 "최저임금의 완만한 상승과 영세 업종에 대한 차등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 양측 입장 차이를 조정해야 할 공익위원 대부분이 친노동계 인사라는 점도 경제 단체들의 반발을 불러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그동안 각종 사안에서 다른 단체들과 갈등을 빚었던 대한상의나 2016년 말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대외 입장 발표를 자제해왔던 전경련도 막판 공동성명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 한계 상황에 다다른 영세 중소상공인들은 더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joyjay@chosun.com);임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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