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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캡틴과 막내, 20년후 敵으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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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월드컵]

98년 프랑스 우승 주역 데샹과 앙리, 당시 주장·최연소로 활약… 이젠 프랑스 감독, 벨기에 코치로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이영표 KBS 해설위원에게 '어느 팀이 우승할 것으로 전망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큰 고민 없이 프랑스를 지목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디디에 데샹 감독이 있으니까요. 데샹 감독은 확실하게 준비했을 겁니다."

프랑스와 벨기에는 한국 시각으로 11일 오전 3시 러시아월드컵 4강전을 치른다. 프랑스로선 1998년 월드컵 이후 20년 만의 우승 도전이다. 프랑스 국민은 '우승 청부사'인 데샹 감독이 이번에도 일을 내줄 것으로 믿고 있다. 선수 시절 데샹은 프랑스 대표팀 주장 완장을 차고 1998 월드컵과 유로 2000을 연거푸 제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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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00 당시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던 티에리 앙리(왼쪽)와 디디에 데샹의 모습. /레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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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샹 감독이 선수 시절에 이어 감독으로도 프랑스를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가까운 '프랑스산 복병'을 넘어야 한다. 2016년 8월부터 벨기에 대표팀에서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을 보좌하는 티에리 앙리(41) 코치 얘기다.

올해 50세인 데샹 감독과 앙리 코치는 프랑스 축구의 황금기를 함께한 선후배 사이다. 프랑스가 1998 월드컵과 유로 2000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당시 데샹은 주장이었고, 앙리는 20대 초반 신예 공격수였다. 한국으로 따지면 2002 월드컵 4강 주역 중 캡틴이었던 홍명보(당시 33세)와 막내였던 박지성(당시 21세)이 서로 다른 팀 코칭 스태프로 싸우는 셈이다.

그런 인연 때문인지 프랑스 대표팀은 앙리 코치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한다. 데샹 감독은 "앙리가 상대팀 벤치에 앉아있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적응이 안 된다"고 말했다. 프랑스 대표팀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첼시)는 "앙리는 프랑스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라면서도 "그가 지금까지 프랑스 축구에 해냈던 일을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그가 팀을 잘못 택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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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코치는 로멜루 루카쿠(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덴 아자르(첼시), 케빈 더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 등 '황금 세대'로 불리는 벨기에 대표팀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루카쿠가 "앙리 코치의 주문을 잘 소화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며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정말 만족스럽다"고 말할 정도다.

앙리 코치는 아스널 소속으로 2002년부터 세 시즌 연속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는 등 세계 최고 스트라이커로 군림했다. 프랑스 대표팀의 역대 최다 골(123경기 51골) 기록도 갖고 있다. 앙리의 골 본능까지 이어받은 듯 벨기에는 이번 월드컵에서 14골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다. 조별리그에서만 9골, 16강과 8강에서 각각 3골, 2골을 뽑아냈다.

이런 벨기에의 공격적인 특성을 잘 알고 있는 프랑스 데샹 감독은 특유의 '실리 축구'로 맞선다. 1998 월드컵 우승 당시 '철의 포백(four back)'으로 불린 리자라쥐·드사이·블랑·튀랑 앞에서 수비를 진두지휘했던 미드필더 출신의 데샹 감독은 화려하진 않지만 결코 지지 않는 축구를 선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도 벨기에의 창을 무디게 만들 수비 라인을 먼저 견고하게 세운 다음 앙투안 그리에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과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 등 정상급 공격수의 발끝이 불을 뿜길 기대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데샹 감독은 "프랑스는 4강에 오르기까지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과 대결하며 성장했다"며 "4강전에서 프랑스가 또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전적에서는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3위 벨기에가 7위 프랑스에 30승 19무 24패로 우세하다.

[석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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