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우려 혈압약 문의 쇄도
다른 약 교환되지만 환불은 불가
식약처, 104개 제품 판매중지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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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일 발암물질 작용 가능성이 있는 불순물이 검출된 중국산 ‘발사르탄’을 사용한 고혈압 치료제 판매를 중지했다. 사진은 판매가 중지된 한국콜마의 하이포지정.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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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1시 서울 양천구 한 약국. 석달 째 약을 먹고 있는 고혈압 환자 권순조(73)씨가 ‘디르탄 정’이라는 약을 상자째로 들고왔다. 권씨는 “약국에서 전화를 받고 (문제의 약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전에는 몰랐다”며 “이 약을 이달 초에 처방 받은 건데 몇 개 안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죽을 때까지 먹어야 되는 약인데 발암물질이라고 그러니까 들고 왔다. 병 나으려고 먹는 약인데 암 걸려서 죽으라는 말이냐. 크게 문제되지 않겠지만 지속적으로 먹으면 문제가 되지 않겠어요. 나 원 참”이라고 말했다. 약사는 “디르탄을 딱 네 알 먹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219개 목록에 들지 않은 약을 갖고 와서 확인하는 환자도 있었다. 고혈압 환자 정용주(73)씨는 ‘디오반’ 약 상자를 들고 왔다. 그는 약사에게 “이 약 좀 봐주세요”라고 내밀었다. 다행히 문제의 약 목록에 없었다. 그는 “혈압약 먹은지 1년 됐다. 경주동국대병원 다니는데, 자식 보러 서울에 와 있다. 오늘 아침에 병원에서 (문제가 없다는) 문자가 왔다. 불안해서 전화해서 물어봤다. 그래도 불안해서 약국으로 왔다”고 말했다.
다른 약국에는 문의 전화가 10통 넘게 왔다. 약사는 “전화로 물어보는 약들이 거의 다 문제 리스트에 없는 괜찮은 것인데도 불안해서 묻는 것 같다”며 “‘괜찮은 약’이라는 한 마디가 환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네의원을 비롯한 의료기관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서울 강남구 박정배 JB내과의원 원장은 “고혈압 약은 몇 년 동안 먹어야 하는데 발암물질이 들어있다고 하니 굉장히 위협적으로 느끼게 된다. 환자들이 매우 심각하게 물어본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에 문제가 된 약을 처방받은 환자들이 비용 부담 없이 다른 약으로 교환받을 수 있도록 했다. 환불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의료기관에 복용 환자 명단을 제공하고 개별 연락을 취하도록 할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긴급 현장 조사를 실시해 104개 제품(46개 업체)이 문제가 된 중국 제지앙 화하이 사의 발사르탄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9일 판매중지 및 제조중지를 해제했다. 서류 상으로는 문제의 원료를 사용한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 사용하지 않은 약들이다. 한림제약의 발사오르정320밀리그램(발사르탄), 조아제약의 더블포지정10/160mg 등이다. 나머지 115개는 계속 판매와 제조가 중지된다.
세부사항은 식약처 홈페이지(www.mfds.go.kr)→ 알림/공지→ 보도자료 또는 이지드럭(ezdrug.mfds.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식약처 대표 블로그(blog.naver.com/kfdazzang)나 페이스북(www.facebook.com/mfds)에서도 가능하다.
김정연·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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