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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만물상] 日 옴 진리교 사건, 23년 만의 사형 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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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주부 와다 요시코는 1995년 3월 20일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토스트와 달걀 프라이, 커피를 준비했다. 평소 아침을 거르던 남편은 그날따라 아침을 먹고 싶어했다. 남편은 7시 30분 지하철 히비야선(線)을 타고 출근했다. 2시간쯤 지나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사고를 당한 것 같다."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가던 중 라디오의 사망자 명단에 남편 이름이 나왔다. 배 속에선 딸이 자라고 있었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책 정리를 하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이 포근한 아침이었다. 오전 10시쯤 친구 전화를 받았다. 도쿄 지하철에 독가스가 살포돼 피해자가 많이 발생했으니 시내에 나오지 말라는 전갈이었다. 일본 사회를 충격에 몰아넣은 '옴 진리교 사린 독가스 사건'이었다. 출근길 시민 6300여명이 열차와 역사(驛舍)에서 피 흘리며 쓰러졌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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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에 가담한 옴 진리교 신자 중에는 명문 도쿄대와 교토대 출신, 의사·은행원 등 엘리트도 있었다. 이들은 좌선(坐禪)으로 공중부양 할 수 있다는 등 교주 아사하라의 황당무계한 말에 넘어가 옴 진리교에 발을 디뎠다고 했다. 하루키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의문을 갖고 피해자 60명과 옴진리교 전·현 신자 8명을 인터뷰했다. 그는 이듬해 낸 책 '언더그라운드'에서 이 사건에 현대 일본 사회의 병리(病理) 현상이 담겨 있다고 보았다.

▶옴 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를 비롯해 사건 주범 7명에 대한 사형이 지난 6일 일본에서 집행됐다. 아사하라의 사형 집행은 2006년 9월 대법원 확정 후 11년 10개월 만이다. 옴진리교 사건 주범 대부분은 테러 직후 붙잡혔다. 하지만 아사하라 재판은 '사형 폐지론자'인 변호사의 지연 전술 탓에 1심 선고까지만 257차례 열렸다. 사건 발생부터 따지면 23년 4개월 만에 형이 집행된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정부가 최후의 도망자까지 모두 붙잡아 사건 전체가 명확히 정리되길 기다린 것"이라고 분석한다.

▶아사하라 등에 대한 사형 집행은 일본 사법제도의 집요함과 철저함을 보여주는 사례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와다 요시코는 20년 전에 이미 "왜 이렇게 질질 끌며 죽이지 않는가" "솔직히 아사하라는 내 손으로 죽이고 싶다"고 했다. 흉악한 사건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은 대부분 와다 요시코 같은 심정일 것이다.

[김기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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