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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북한, 비핵화 후속 조치 언급 없이 종전선언·美北교류 등 4가지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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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훈련 중단까지 폄하 "핵시험장 폭파에 비할 수 없다"

북한 외무성은 7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북 고위급 회담에 대해 "실로 유감" "극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떠난 지 5시간 만에 불만을 쏟아낸 것이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에 ▲관계 개선을 위한 다방면적 교류 ▲정전협정 체결 65주년(7월 27일) 계기 종전(終戰) 선언 발표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기 ▲미군 유해 발굴을 위한 실무협상 개시 문제를 논의하자고 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요구한 관계 개선과 종전 선언보다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문제에 치중했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북한은 "(미국이 종전 선언에 대해) 이러저러한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뤄 놓으려는 입장을 취했다"고 했다. 이어 "미국이 건설적인 방안을 갖고 오리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기대와 희망은 어리석다고 말할 정도로 순진한 것이었다"고 했다.

북한은 미국이 취한 한·미 연합훈련 중단 조치까지 폄하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 측은 (훈련 중단을) 큰 양보처럼 광고했지만 임의의 순간에 재개될 수 있는 극히 가역적인 조치"라며 "핵시험장의 불가역적인 폭파 폐기 조치에 비하면 대비조차 할 수 없다"고 했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유해 송환, 엔진 시험장 폐기 등 자신들이 취할 조치마다 각기 다른 선물을 내놓으란 얘기"라고 했다.

북한은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보인 태도에 대해 '이전 (미국) 행정부들이 들고 나온 낡은 방식' '대화 과정을 다 말아먹고 불신과 전쟁 위협만을 증폭시킨 암적 존재'라고 비난했다. 이어 자신들이 주장해온 '단계적·동시 행동 원칙'을 따르라고 요구했다. 이를 거부할 경우 "싱가포르 수뇌 상봉은 무의미해지게 될 것이며 확고부동했던 우리의 비핵화 의지가 흔들릴 수 있는 위험한 국면"이라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피해자 코스프레로 회담 결렬 책임을 남에게 돌리는 것은 북한의 오래된 수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에선 보도하지 않고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으로만 보도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미국에 경고를 보내면서도 판을 깨진 않겠다는 얘기"라고 했다.

[이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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