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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구조대와 소년, 줄로 1대1 묶어… 1㎞는 헤엄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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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태국 동굴 소년 구출작전에 다국적 구조대원 18명 들어가

아이들에 마스크 모양 특수호흡기 씌우고 공기통 함께 써

'19시 47분, 4번째 야생 멧돼지가 동굴에서 나왔다.'

태국 네이비실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물이 떴다. 태국어로 '무 빠'인 야생 멧돼지는 지난달 23일 동굴 안에서 고립된 태국 유소년 축구팀의 이름이다. 11~16세 소년 12명과 스물다섯 살인 축구팀 코치가 동굴에 갇힌 지 16일 만에, 생존이 확인된 지 6일 만인 8일 오전 10시(현지 시각) 구조 작전이 시작됐다. 오후 5시 40분 몽콘 분삐엠(14)군이 처음으로 구조대원과 함께 동굴을 빠져나왔다. 동굴 입구 주변은 온통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구조자의 숫자가 올라갈 때마다 태국 전역이 환호했다. 이날 밤 9시 현재(현지 시각) 13명 중 4명이 구조돼 나왔다. 구조 작전은 밤 9시쯤 공기통을 다 소진하는 바람에 중단하고 9일 오전 재개하기로 했다.

작전은 이날 아침 시작됐다. 이른 새벽부터 동굴 주변에 있던 1000여 명의 취재진에게 소개(疏開) 명령이 내려졌다. 작업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의료진 수십 명과 잠수 전문가들이 동굴 입구로 집결했다. 80여㎞ 떨어진 병원으로 후송하기 위한 앰뷸런스와 군 헬기가 정렬했다.

우기(雨期)가 끝나는 10월까지 기다려 동굴 속 물이 빠진 뒤 구출하자는 목소리도 컸으나, 다시 폭우가 쏟아지면 소년들이 있는 대피 공간까지 물에 잠길 우려가 제기돼 서둘러 구조 작전이 시작됐다. 배수 펌프를 12분가량 가동을 중단했을 뿐인데도 단번에 수위가 10㎝ 올라갈 정도로 동굴로 물이 계속 유입되는 상황이었다. 산소 부족도 문제였다. 일부 구간에서 산소 농도는 한때 15%까지 떨어졌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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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명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세계 각국에서 달려왔다. 잠수 전문가도 있었고, 동굴 재난 전문가도 있었다. 태국 구조대원들까지 합치면 1000여 명에 달했다. 태국 당국은 그들 중 미국·영국·호주·이스라엘 등에서 온 잠수 전문가 13명과 태국 네이비실 5명 등 18명으로 다국적 구조단을 꾸렸다. 이들이 직접 동굴로 들어갔다.

동굴 속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흙탕물에 완전히 침수된 구간이 여럿이다. 성인 잠수 전문가가 허리를 꺾고 잠수해야 통과할 수 있는 난코스도 있었다. 구조대의 배수 작업으로 물이 줄면서 상당 구간은 걸어서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이지만 여전히 물에 잠긴 구간은 1㎞가 넘는다. 능숙한 잠수 전문가조차 5시간 가야 아이들이 있는 곳에 닿을 정도의 난도다.

작전은 동굴 입구에서 안쪽으로 4㎞ 이상 들어간 곳에 고립돼 있는 소년들을 한 명씩 데리고 나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소년들은 발견된 다음 날인 지난 3일부터 구조대원들로부터 수영법과 잠수 장비 사용법을 배워 왔다. 하지만 무거운 공기통을 메고 헤엄치는 것은 불가능해, 전담 구조대원과 공기통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년들은 오랫동안 잠수를 하더라도 벗겨지지 않도록 얼굴 전체를 덮는 마스크 모양 특수 호흡기를 착용했다. 자기를 전담하는 구조대원과는 로프로 연결돼 있었다. 흙탕물이라 앞이 보이지 않는 물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유도할 로프도 설치해 뒀다. 소년들이 머문 지점에서 2.5㎞ 정도만 무사히 나온 뒤, 나머지 2㎞ 구간은 진흙길을 걸어나올 수 있었다.

13명 전원을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구출 작전은 며칠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구조단을 총괄하는 나롱삭 오소따나꼰 전 치앙라이 주지사는 "(구출 작전의 성패는) 날씨와 수위(水位)에 달려 있다"며 "문제가 생기면 작전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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