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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곳간만 채우는 대학?… 재정 상황 물으니 "매우 심각"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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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립대학 톺아보기 ] ③대학 회계 구분에 따른 오해

‘조선에듀’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미래 대학 교육의 바람직한 방향 모색을 위해 ‘사립대학 톺아보기’ 시리즈를 3회 공동 기획한다. 마지막 회는 ‘대학 회계 구분에 따른 오해’다.

최근 교육부가 '사학(私學) 비리'에 칼을 빼들었다. 교육부는 이번 달부터 다음 달까지'사학 비리 집중 점검기간'으로 정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학 비리 척결'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간 사학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정점에 달해서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실상 국민이 체감하는 부정적 시각은 등록금과 연계된 '대학 재정'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대학의 재정은 크게 교비(校費)회계와 법인(法人)회계로 나뉜다. 교비회계는 ▲등록금 수입 ▲국고보조금 ▲기부금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법인회계는 설립자가 학교에 출연한 돈인 수익용 기본재산 등을 말한다. 김성기 협성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이 같은 획일적인 구분이 대학 재정에 대한 '오해'를 키웠다"며 "이제는 이 둘을 일원화해 학교 운영과 재정 운영의 융통성과 통합성을 꾀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전했다. 앞서 대학들은 "분리된 교비회계와 법인회계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한 바 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 역시 "'대학=적립금 쌓아두는 비리 집단'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두 회계가 획일적으로 구분돼 나타나는 오해 중 하나"라고 짚었다.

조선일보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등을 통해 대학 총장들은 “교비회계와 법인회계를 통합해야 한다”면서 “회계운영을 일원화해 융통성 있는 재정 운영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지난해 숙명여대서 열린 사총협 정기총회 모습. /숙명여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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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예비 곳간 '적립금' 깨면 4차 산업혁명 대비 어떻게 하나"

등록금 인하 또는 동결로 대학의 예산이 줄었다는 얘기가 나오면 으레 나오는 지적이 '적립금을 쌓아두지 말고 (적립금을) 깨라'는 것이다. 여기서 적립금은 미래를 위해 저축한 '예비 곳간'을 말한다. 이런 점을 감안해 대학들은 "적립금을 깬다는 것은 일반 가정으로 생각하면 '적금'을 깨는 행위"라고 토로했다.

9일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2016년 교비회계 적립금은 전년 대비 680억원 감소했다. 송 교수는 "이는 교육 당국이 10년간 대학에 등록금 인하 또는 동결을 요구해 대학들이 그에 따른 재정 적자를 교비회계 적립금에서 메우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총장들 역시 "미래의 대학 비전을 위해 조금씩 모아둔 적립금을 갉아먹을 정도로 교육 당국이 대학 재정 허리끈을 조여오고 있다"며 "지금의 상황이 이어진다면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조선에듀'가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팀에 의뢰해 5월 말에 전국 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학 정책 관련 의견조사'에 따르면 재정 상황이 '정상적 수준'과 '여유로운 수준'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응답은 80%(72명)에 달했다.

물론 적립금이라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적립금의 사용처가 대부분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대학이 주요 재원인 기부금을 받을 때 대부분의 기부자가 ▲건축 ▲장학 ▲연구 등 각각 일정부분 용도를 지정한다. 천희영 한국사학진흥재단 대학재정회계센터장은 "기부자가 용도를 지정하지 않고 기부를 한다 하더라도 교육 지원 목적으로 기부받은 금액이기 때문에 학교는 단기 계획뿐만 아니라 중장기 계획에 맞춰 사용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일부에서는 등록금 결손을 적립금으로 메우면 되지 않느냐고 얘기하지만, 이는 이러한 현실을 간과한 판단"이라며 "교비회계와 법인회계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교육부·사총협 공동 '사학발전협의회', 교비·법인회계 통합(안) 이번 달 논의

또한 대학 총장들은 교비회계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경비가 과도하게 제한적이라는 사실도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지난달 28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임시총회에서 총장들은 "그간 교비회계 세출 항목으로 규정한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하며 대표적인 예로 '학교 운영에 관련된 소송 비용을 법인회계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상황을 꼽았다.

사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초래한 경우로 대학이나 총장을 상대로 한 소송 비용을 교비회계로 쓰면서 '횡령' 등의 문제로 불거진 것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대학 총장들은 "'소송 비용' 역시 대학 회계가 이원화돼 있어 받는 오해"라고 반박한다.

"총장 개인에 관련된 것이 아닌 학교 운영상 불가피하게 진행된 소송의 경우, 그 비용은 당연히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에 따라 '기타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로 봐야 합니다. 대학 총장은 학사 운영과 직접 관련된 사안, 학사 행정과 직결되는 인사 등 학교 운영 관련 실질적 관리 주체이기 때문이죠. 물론 총장 개인의 욕심에 의한 비리 등은 제외한다는 전제 아래에서요." (6월 28일 열린 사총협 임시총회 中)

이와 관련해 사총협은 교비회계와 법인회계를 통합하는 '회계구분의 특례 신설(안)' '학교 운영 관련 소송 비용 교비지출 허용' 등의 내용이 담긴 '사립대 발전방안(안)' 연구를 꾸준히 진행한 바 있다. 이에 사총협은 교육부와 함께 이 같은 내용을 이번 달 중으로 '사학발전협의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사학발전협의회는 교육부와 사총협이 지난 3월 공동 구성한 협의체다.

총장들은 교육 당국이 최근 전체 사립대에 대한 규제와 통제를 강화한 점에 대해서도 우려가 깊다. 초대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을 지낸 홍승용 중부대 총장은 "사립대 토양을 감안, 구조개혁 과정을 통해 부실한 경영이나 학생 등록금으로 교육을 제대로 안 한 경우 감사를 통해 경영 비리를 조사하고, 실제 발견되면 그에 상응한 조처를 해야 한다"며 "문제가 있는 대학을 중점 감사해야지 그로 인해 전체 사립대를 비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세한대 총장(前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 역시 "사학에 대한 논의를 고등교육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향으로 풀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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