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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비즈 칼럼] 위기의 승강기 산업, 지금이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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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영기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이사장


‘중국굴기(中國?起)’

지난 5월 8~1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18 중국 국제승강기엑스포(WEE Expo)’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다. 어느새 세계 승강기 시장에서 중국이 우뚝 솟아 있었다. 필자는 승강기 안전과 산업발전의 국제 교류를 위해 중국 WEE 엑스포에 참가했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넘어서 기술개발·디자인·마케팅·안전 등 모든 면에서 경쟁 우위에 있다는 것을 세계에 과시하고 있는 듯했다.

한국은 세계적인 승강기 강국이다. 보유 대수 65만대로 세계 8위, 매년 신규설치 대수는 세계 3위다. 모든 승강기에 고유번호를 부여해 설치에서부터 폐기까지 관리하는 등 안전적인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다. 모든 승강기의 고장 및 사고는 물론 주요 부품교체 이력까지 국가 승강기정보시스템을 통해 관리된다.

이런 한국 승강기가 중국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중국은 14억이 넘는 인구에 승강기 보유 대수가 650여만 대에 달한다. 제조업체 650여개에 부품업체가 800여개에 이른다. 중국의 승강기 산업은 지난 10년 이상 해마다 5% 이상 고속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건설 경기 침체로 올해부터 2~3%로 정체될 것으로 분석돼 한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눈길을 돌릴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중국의 아시아 시장 진출은 국내 승강기 산업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국내 승강기 완성품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값이 싼 중국산 부품에 대한 의존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중국 승강기 업체들이 몰려온다면 국내 승강기 산업은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가격과 노동생산성 면에서는 이미 중국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

정답은 중국보다 확실한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4차 산업에 걸맞은 첨단 기술에 있다. 세계 최고의 IT 강국이란 이점을 살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 IT를 장착한 승강기 기술을 중소기업 제품까지 확대 적용해야 한다. 국내 기업을 보호하고 산업 진흥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 마련도 중요하다. 다행히도 승강기 부품 안전 인증과 승강기 수입업 등록 기준 강화 및 사후관리 기준 마련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승강기안전관리법이 전면 개정돼 내년 3월 본격 시행된다. 또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자금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등 승강기 산업발전을 위한 새로운 기반이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뭔가 부족하다. 장차 밀려올 ‘중국 승강기 쓰나미’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산업계는 물론 정부, 공공기관, 학계가 위기론에 인식을 같이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산업 진흥을 위한 제도 확대와 4차 산업시대에 걸맞은 첨단기술로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시스템을 갖춘 한국 승강기 산업의 르네상스를 기대한다.

김영기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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